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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표 찍는 인질은 안돼” 영남패권주의를 고발하다

수희씨 2016. 4. 26. 12:09


최근 <아주 낯선 상식>이라는 꽤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호남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정치를 분석한 책이다. 한국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영남패권주의라는 서남대 김욱 교수의 주장을 담은 책이다. 김욱 교수는 광주에서 출생했고, 그간 정치 평론을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아주 낯선 상식>은 미디어를 통해 그다지 자세히 소개되진 않았지만 적지 않은 관심과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책이다.

김욱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의 주요 모순은 지역인데 왜 지역틀로 분석하는 글은 원치 않는지 모르겠다며 나름 그 이유를 밝힌다. 우선은 영남패권주의자의 입장에서 지역 분석을 원치 않고, 민주진영 그 중에서도 친노 진영에서 지역분석 틀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진보 세력조차도 지역분석 틀을 거부한다며 진보의 관념 속에 지역은 없다고 주장한다. 김욱 교수는 영남부르주아가 핵심적 패권을 행사하는데 진보세력조차 영남브루주아 패권을 부르주아 일반의 패권으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환치시켜, 영남파시즘을 대한민국 일반의 파시즘으로 환치시킨다고 지적한다. 미디어 역시 영남패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지역주의로 부르면서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은폐시킨다고 덧붙인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영남패권주의인데 이를 왜곡 은폐시키는 데 있어 영남패권주의로 지배하는 세력들만이 아니라 피지배 집단 즉 호남을 필두로 하는 여타 지역과 계층, 개혁, 진보진영도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어 문제라고 말한다.

김욱 교수는 이 책에서 영남패권주의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새누리당 보다는 영남패권주의에 투항한 피지배집단 특히 노무현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친노세력, 친노세력이 주를 이루는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 어떻게 위선적인 행태를 보이는지를 더 신랄하게 비판한다. 김욱 교수는 영남패권주의와 노무현이데올로기는 쌍생아처럼 작동해 호남의 욕망을 거세시켜버린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이데올로기란 지역주의를 타파를 내세우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후보를 내세워 호남몰표를 뒷받침해야하고 그렇게 당선된 영남 대통령은 민주성지 호남의 정신적 양해 속에서 세속적인 영남을 물질적으로 유혹해 지역주의를 구조적으로 타파해야 한다는 은폐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에 입각한 위선적 정치공학을 말하며 친노세력들 지배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김욱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호남에 지지를 얻어 당선된 뒤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일 등을 비판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세력들이 얼마나 위선적인 행태를 보였는지를 실명 비판한다.

김욱 교수는 호남의 입장에서 호남의 욕망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더 이상 호남은 표 찍는 인질이 되어선 안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진보는 호남 정치를 혐오하고 영남개혁세력인 친노는 자신들의 집권 아니면 정권교체 의미가 없다는 은폐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호남은 새누리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표 찍는 인질로 포박된다며 이런 궁극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느냐에 호남정치의 궁극적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강조한다. 김욱 교수는 광주정신은 반독재 민주주의 정신이고, 반독재 민주주의는 반패권주의 정신이라며 영남패권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정당에 호남의 표를 원한다면 호남의 반영남패권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남은 모든 정당을 상대로 은폐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의 선전 · 선동만을 일삼는다면 가차 없이 응징해야 하고 이것은 복수정당제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욱 교수는 또 지금 선거제도로는 영남패권주의를 없앨 수 없다며 개헌을 주장한다. 독일식비례대표내각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세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말한 영충호시대도 생각했다. 이시종 지사는 호남 인구보다 충청권 인구가 더 많다며 영호남시대가 아니라 영충호시대로 해야 한다며 충북이 리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때 나는 코웃음을 치며 또 다른 지역주의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설사 우리가 영충호 시대라고 명명해도 누가 그걸 인정해줘야지말이다. 충청권 대망론도 그렇다. 최근 몇 년 사이 충청권 대망론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통령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영충호시대나 충청권 대통령 만들기도 영남패권주의를 인정하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리라. <아주 낯선 상식>을 읽으면서 나 역시 영남패권주의가 만들어 놓은 지역주의에 빠져있구나 생각했다. 김욱 교수의 주장은 호남에만 유효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영남패권주의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20대 총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과연 호남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김욱 교수의 주장처럼 호남의 선택을 받은 정당들은 영남패권주의에 맞서 제대로 싸워낼수 있을까. 총선 결과는 413일이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영남패권주의는 또 다시 은폐될 게 분명해보인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를 거머쥐고, 야권이 분열돼 총선에서 졌다며 호남을 몰아세우지 않을까?! 영남패권주의를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이제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는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왜 대한민국에 주류가 이 책 <아주 낯선 상식>을 회피하며 금서 아닌 금서를 만들려고 하는지 많은 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ps. 이 글은 지난 3월, 총선이 있기 전에 썼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호남에 가서 무릎까지 꿇고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김욱교수의 표현대로라면 또 호남에가서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여러번 찾아가 읍소했지만 호남은 일단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광주시민들이 세속화된 정치욕망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내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승리하지 않았다. 더민주당도 승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여야를 심판한 셈이다. 국민의당을 선택한 전국지지율을 볼 때 국민의당을 마냥 호남자민련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적당하지 않다. 이번 호남의 선택에 대해 김욱교수는 어떤 평가를 내렸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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