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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발 정치기사 이대로 안된다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충청리뷰>미디어워치 연재

한나라당발 정치기사 이대로 안된다

수희씨 2011. 12. 8. 14:33

조중동을 주로 보는 사람들이라면 한나라당에 닥친 위기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위태롭게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은 진범이 한나라당이 아니더라도 한나라당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우리 지역에선 한나라당의 위기감을 전혀 읽을 수 없다. 오히려 반대다. 참 잘나가는 한나라당이다.

지역신문에서 주로 한나라당 중심으로 정치기사를 쓰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한나라당과 관련한 내용이라면 내용과 가치에 상관없이 무조건 쓰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지역언론이 내다봤던 민심과 실제 지역주민의 민심이 달랐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일부 지역신문들은 정우택 전 지사를 띄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분히 편파적이었다.

    < 충북일보가 지난 2월10일자 4면에 이명박 대통령을 영접하는 정우택 전지사를 부각하는 기사를 실었다.>

사실 정우택 전 지사는 여전히 지역신문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충북일보는 여전히 정우택 전 지사 편파보도에 앞장서고 있다. 정우택 전 지사가 출마 예정인 청주상당 지역에서 홍재형 현 의원과 정우택 전 지사간의 빅 매치가 예상된다는 보도를 평균 한 달에 세 번 정도 반복하고 있다. 빅매치 예고 기사만이 아니다. 아직 대권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국무총리도 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기사들도 버젓이 싣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할까 궁금했다. 듣고 보니 충북일보의 모 주주가 정우택 전 지사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단다. 그렇다면 기자들을 비롯해 편집국은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기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정우택 전 지사 띄우기에 나선 것인가, 아니면 주주의 영향이 미쳤던 것일까. 계속해서 이런 기사가 실리고 있는 걸 보면 둘 다 인듯 싶다.

정 전지사 뿐만이 아니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벌써부터 한나라당 공천권 싸움은 지역신문의 주요 관심사다. 걱정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고 했다. 한나라당 공천 문제에 왜 그리 안달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천권을 놓고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이 벌이는 경쟁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이런 기사들은 정말 그들만을 위한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 관련 기사를 쓸 요량이라면 한나라당이 공천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를 살펴보고, 그간에 있었던 공천 폐해의 문제를 다시 되돌아보는 게 오히려 도움이 더 될 것이다. 어느 지역에 세 명의 예비주자가 있는데, 어떤 방식이냐, 어떤 세력이냐에 따라 누가 더 유리하다는 식의 기사는 점치기 식의 전망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공천 이후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는 정치인들, 오로지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몰두 하는 정치인들을 전혀 비판하지 않는 언론은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 특정 정치인 띄우기, 공천과 관련해 일부 정치인들의 얼굴 알리기나 여론 떠보기 용 기사, 그리고 현역 의원들의 세 과시용으로만 지역언론이 쓰인다면 한참 잘못된 것이다. 지역언론의 이 아무리 약해도 정치는 언론을 두려워해야 한다. 지역언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들이 아니라 지역주민이어야 한다. 언론이 지역주민들을 대표해 정치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도대체 왜 우리 지역언론은 한나라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지역신문들도 조중동과 별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일까. 지역의 기득권 세력을 비호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일까. 출입처 위주의 관행으로 볼 때 한나라당 충북도당만이 지역언론을 열심히 상대하고 있는 것인가. 한나라당 외의 정당들은 아예 정치를 손 놓고 있어서인가.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왜 언론은 한나라당만 찾아가는 것일까.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시대적 흐름이 보이질 않나. 2040 세대에게 버림받고 있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처럼 지역신문도 지역주민들에게 버림받게 될까 걱정이다.

 조중동은 힘이 있다. 그러나 지역언론은 조중동만한 힘이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언론이 정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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