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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자기 말을 자기 글로 쓸 줄 알아야 리더다”

수희씨 2017. 1. 31. 14:38

박근혜 대통령을 수첩공주라고 비아냥대고, 번역기가 필요하다는 세간에 조롱도 많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혼이 비정상이니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느니 이런 말들에 잠시 놀라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몹시 부끄럽고 화났다. 박근혜는 왜 대통령을 하려고 했을까. 말과 글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까지 8년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펴낸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박근혜 게이트 이후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쉽고 친근하게 쓰게,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짧고 간결하게 쓰게, 문장은 단문으로 써주게, 글은 자연스런 게 좋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등등.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도 실렸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에게 배운 글쓰기 비법을 담은 이 책은 글쓰기 비법 보다는 대통령은 어때야 하는가를 더 느끼게 해준다.

 

강원국 작가는 두 대통령이 여러모로 닮았다고 말한다. “사상가적인 면모와 문화예술적인 감수성이 풍부했고, 독서와 사색을 즐겼고, 토론하기를 좋아하고, 통찰력을 가졌으며, 말과 글로 표현할 줄 알고, 연설문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두 대통령은 글에 관한 욕심이 참 많아 연초부터 일년동안 할 연설을 구상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연설을 위해 고민했단다.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도 고심하고 또 고심했단다. 그 이유는 대통령의 연설문은 국민에게 밝히는 생각이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연설문을 최순실씨가 좌지우지했다.

 

저자는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힘에서 나오고 설득력은 바로 말과 글이라고 설명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단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이 권력과 돈으로 통치하던 시대는 끝났다. 오직 가진 것이라고는 말과 글, 그리고 도덕적 권위뿐이다라고 평소 생각을 얘기했단다. 저자는 두 대통령이 리더에 관해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 소개한다.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다른 사람이 쓴 연설문을 낭독하고, 미사여구를 모아 만든 연설문을 자기 것인 양 역사에 남기는 것은 잘못이다. 부족하더라도 자기가 써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노무현 대통령). 지금 같은 국정농단이 왜 발생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저자는 말과 글을 통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를 이뤄낼 수 없으니 민주주의는 곧 말이고 글이라며, 민주주의 시대 리더는 자기 글을 자기가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에 품격이 없다는 언론에 비난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말을 참 잘하는 대통령이었다. 나도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 2007년 충북지역 주요인사 오찬간담회에서다. 당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으며, 틀린 얘기는 찾을 수 없을 만큼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게다가 친근감마저 느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는 한 단어, 한 문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글쓰기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 노무현 대통령은 유서에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썼다.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두 대통령의 글쓰기 철학을 보여주면서 두 대통령이 국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두 대통령은 말과 글에 거짓이 없어야 한다며 국민에게 정직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서 행동했다. “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진지한 자세로 책임을 이행하겠습니다. 같은 일로 다시 사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수많은 연설문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진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진실한 글을 쓰고 진심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다시금 깨우쳤다. 두렵지만 나서는 것이 참된 용기이며, 용기를 낼 때 우리는 아무리 약해도 강하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읽으며 나는 용기 있게 말하고 글을 쓰고 있는지 돌아본다.

 

강원국 작가는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지내면서 겪은 고생한 일화도 소개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이라는 시대의 거인에게 배울 수 있었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이 노무현 대통령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얘기도 털어놓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공무원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해야 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라는 주문을 했단다. (비서관에게 기업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라고 명령하는 대통령도 있는데 말이다.) <대통령의 글쓰기>사람들 누구나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고 늘 이야기해왔던 나를 다시금 북돋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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