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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87)
수희씨닷컴
요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주인공 유준상에게는 '국민남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남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남편은 찾아보기 참 힘들다는 데에 더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내편은 들지 않기 때문에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 부른다고 하기도 하고,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다' 라는 웃지못할(?) 농담마저 있을까. 그런데 난 넝쿨당의 국민남편 방귀남을 보면 나의 남편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나의 남편도 방귀남 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괜찮은 남자다. 사실 방귀남, 차윤희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살짝 우리 부부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한다. (여기저기서 비난과 야유의 소리가 들리는 듯^^) 그 이유는 바로 아이 문제 때문이다. 지..
나는 아직 파리를 여행해보질 못했다. 그러나 파리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떻게 파리를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파리에 다녀 온 친구는 생각보다 너무 지저분했다고 말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귓등에도 들리지 않았더랬다. 파리에 대한 동경은 중학교때 레마르크의 을 읽으면서 시작됐다. 홍세화의 나는를 여러번 읽으면서는 더욱 더 파리에 가고 싶었다. 불어를 배워 르몽드를 읽고 싶다는 욕심까지 부렸더랬다. 그들의 문화, 철학, 이런 걸 제대로 모르면서도 멋져 보였다. 어제 영화 를 봤다. 영화 첫 장면부터 가슴을 들뜨게 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 비가 내리고 있다. 카메라는 비내리는 작은 골목들을 보여준다. 왠지 그 골목길을 걸어야 할 것만 같다. 영화 내용은 더욱 더 환상적이었다. 약혼녀와 약혼녀의 부모와 함..
지난 연휴 우리 부부는 강진 해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난 십여년전에 강진, 해남, 보길도를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남편은 처음이었다. 가끔 다산초당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남편은 무척 설레여 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영암까지 달렸다. 생각보다 차가 너무 없어 막힘 없이 달렸다. 월출산이 있는 영암. 월출산 등반을 했던 기억이 또 새롭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리가 첫번째로 들른 곳은 월출산 무위사다. 마침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지라 절집 마당엔 연등이 걸렸고, 분주했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겉은 소박했지만, 내부는 화려했다. 이번 여행에선 무위사, 백련사, 대흥사, 미황사를 다녔는데 무위사의 극락보전이 가장 아름다웠다. 무위사 아미타 삼존불 벽화도 극락보전을 가득 ..
해 저무는 저녁 무렵, 숲길을 걸었다.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4월의 연두빛!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 지금이 아니면 다시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하기에 욕심껏! 마음껏! 그렇게 걷고 있노라니 해가 저문다. 언제 해지는 걸 봤었지 싶을 만큼 오랜 만이다. 산등성에 걸린 해는 순식간에 저물어 버린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에 담았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어느 새 머리 위해 초생달과 샛별이 떠 있었다. 나무 위에 걸린 달이 또 산 뒤로 저물 때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별들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밤길을 또 걸었다. 아침 산책, 온갖 새들이 노래하는 길을 또 걷는다. 같은 숲길을 걷고 또 걷는다. 하늘, 바다, 숲, 초생달, 별, 나무, 바람.......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오늘 내리는 봄비는 봄비답지 않게 양도 많고 바람도 많이 불거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라디오를 켠 채 이렇게 앉아 있다. 창을 여닫아 빗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바라보며 꽃들을 생각했다. 어제는 모처럼 산들바람엘 다녀왔다. 무심천에 벚꽃은 벌써 졌지만 산들바람 꽃들은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다고. 같이 한 분들과 밥을 먹고 산들바람 뒤뜰을 산책했다. 숲해설가분이 계셔서 이름도 몰랐던 작은 들꽃들 이름도 익혔다. 봄맞이꽃이란다. 산책길에서 처음 마주한 곷이다. 너무나 작아서 나는 아기 같아, 라고 외치고 말았다. 그리고 보랏빛의 제비꽃이다. 조동진의 노래 제비꽃을 어려서 들어본 터라 제비꽃이란 말에 반가워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
나는 예전에 건축 잡지에서 잠시 일을 했다. 대학에서 한국 건축사를 들은 게 전부고, 유명한 절집을 많이 다녀본 것 외에는 아는 게 없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건축가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게 참 많았더랬다. 그냥 집, 건물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솜씨를 보며 건축가들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또 사람이 살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이니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건축가들이 만든 집을 취재하면서 매번 절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저런 집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나의 반지하 월세방과 건축가들이 멋지게 만들어낸 집의 차이란.... 절대로 내것이 될 수 없는 무언가를 욕망하게 하는 불편함이었다. 그때는 어렸으니 더했을 것이다. 건축가 정기용, 명성은 알았지만 만나 본 적은 없다...
어느 날 결혼하기로 한 여자가 사라졌다. 왜일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궁금했다.그래서 영화 화차를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막혀왔다. 그녀는 정말 잘 못한 게 없었다. 부모님의 빚 때문에 쫓기고 쫓기다 더이상 그 이름으로 살 수 없기에, 다른 이의 생을 가로챘다. 그러다 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영화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내친김에 원작 소설도 읽었다. 미야베미유키의 화차, 1992년작이다. 나는 평소 미스테리나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름 조차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기사를 보니 변영주 감독은 원작을 읽고 그 매력에 빠져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하고,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가 일본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작가란다. 원작 역시 재밌었다. 보통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가 원작에 미치지 못하다..
이제 봄이 정말 오는가보다. 오늘 아침 봄비가 살짝 지나갔다. 그제, 어제는 정말 모처럼 따뜻한 햇빛을 맘껏 만끽했다. 지난 2월29일은 4년만에 한번 있다는 날이란다. 난 올해가 366일이란 것도 29일 아침에서야 알았다. 봄기운에 못 이기는 척 오후에 길을 나서 친정집이 있는 충주로 갔다. # 봄, 친구, 설레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참 신기하다. 일년에 많이 봐야 한두번인데....어제 만난 것처럼 반갑고, 많은 이야길 하지 않아도 서로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친구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아마 오늘은 새로 담임을 맡은 2학년 꼬맹이들의 이쁜 눈빛과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 담임을 맡게 되었다는 교실에도 가봤다. 그 조그만 책상과 의자들, 따뜻한 햇살이..
시민운동이 무엇인지, NGO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간사라는 직함을 달고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혼자서 일한다. 혼자서 부딪치며 일을 배우고 하고 있다. 가끔씩 어떻게 버텼을까를 생각해본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어려운’ 일을 하면서 버텨왔다는 게 놀랍다. 내가 한 일인데도 놀랍다. 잘했다는 건 아니다. ^^;; 나는 큰 상을 받았다. 동범 최병준 선생님을 기려 시민운동가에 주는 동범상을 탔다. 동범상이 만들어진지 올해가 9번째, 지역의 열심히 활동하는 유명한 활동가 선배들은 모두 이상을 탔다. 이상은 중복해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후보들은 줄어들기 마련이고, 돌아가면서 상을 타는 거라는 말을 내 스스로도 해왔지만, 막상 상을..
"언젠가 이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4.3 백비, 이름짓지 못한 역사 4.3 평화기념관 전시장에 들어서면 역사의 동굴을 지나 첫번째로 만나게 되는 전시물이 바로 이 백비다. 순간 코끝이 찡했다. 굴곡진 현대사 속에서 수없이 학살당한 민간인들은 많다. 제주 4.3 사건으로 죽게 된 양민들의 죽음만큼 또 허무하고도 비참한 역사는 없을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잘못도 없이 학살을 당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져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착수되었고, 지난 2003년 10월31일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를 하였다. 4.3평화 기념관의 전시는 영상과 타이포그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