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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 연두빛 좀 보아라"

수희씨 2012. 4. 21. 11:35

주말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오늘 내리는 봄비는 봄비답지 않게 양도 많고 바람도 많이 불거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라디오를 켠 채 이렇게 앉아 있다. 창을 여닫아 빗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바라보며 꽃들을 생각했다.

어제는 모처럼 산들바람엘 다녀왔다. 무심천에 벚꽃은 벌써 졌지만 산들바람 꽃들은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다고. 같이 한 분들과 밥을 먹고 산들바람 뒤뜰을 산책했다. 숲해설가분이 계셔서 이름도 몰랐던 작은 들꽃들 이름도 익혔다. 

봄맞이꽃이란다. 산책길에서 처음 마주한 곷이다. 너무나 작아서 나는 아기 같아, 라고 외치고 말았다.

그리고 보랏빛의 제비꽃이다. 조동진의 노래 제비꽃을 어려서 들어본 터라 제비꽃이란 말에 반가워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어디선가 날라와 꽃을 피었다는 돌단풍까지 알게됐다.

사실 봄꽃도 좋지만, 난 이맘때 나무의 연두빛이 '환장할 정도로' 참 좋다.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이라는 시집에는 제목도 없는 짧은 시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거기에도 연두빛 이야기가 있다.

4월30일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무슨 미움이겠는가

- 고은 - 순간의 꽃 에서

  

 

그렇다, 이렇게 이쁜 연두빛만 보아도 행복해지는데 무얼 더 욕심 낼 필요가 있을까. ......

산들바람을 나와 상당산성 고개길을 지나 우암산 순환로를 달려왔다. 벚꽃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를 세우고 걸어도 좀 좋으려만 밥벌이를 해야했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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