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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남도답사 여행기 본문

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우리 부부의 남도답사 여행기

수희씨 2012. 5. 31. 11:34
지난 연휴 우리 부부는 강진 해남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난 십여년전에 강진, 해남, 보길도를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남편은 처음이었다. 가끔 다산초당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남편은 무척 설레여 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영암까지 달렸다. 생각보다 차가 너무 없어 막힘 없이 달렸다. 월출산이 있는 영암. 월출산 등반을 했던 기억이 또 새롭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리가 첫번째로 들른 곳은 월출산 무위사다. 마침 부처님 오신날을 앞둔지라 절집 마당엔 연등이 걸렸고, 분주했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겉은 소박했지만, 내부는 화려했다. 이번 여행에선 무위사, 백련사, 대흥사, 미황사를 다녔는데 무위사의 극락보전이 가장 아름다웠다. 무위사 아미타 삼존불 벽화도 극락보전을 가득 채운다. 부처님께 엎드려 절했다. 그저 지금을 감사해하면서 말이다. 

 

무위사를 지나와 영랑생가를 돌아봤다. <모란이 피기까지>,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같이>를 쓴 시문학파 시인 김영랑. 김영랑의 생가 앞마당엔 모란이 한 가득이요, 뒷뜰엔 동백숲이다. 모란이 피기까지 나는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비석에 새겨진 시를 읊으며 시인을 생각한다. 영랑 생가에서 다산 정약용이 머물렀다는 사의재 주막까지 골목길을 걸었다. 그길에 금서당도 들렀다. 예전엔 학교였다는 금서당에는 지금은 돌아가신 화가  완향 김영렬의 아내가 들르는 이들에게 어서 들어와 그림 구경을 하라고 손짓한다. 남편은 훌륭한 화가였다며 자랑을 쉼없이 쏟아낸다.  


영랑생가를 나와 점심을 먹고 다산초당으로 향했다. 늘 와보고 싶어하던 남편에게 어떠냐고 물으니 그냥 웃음만 짓는다. 나는 다산초당에서 정약용이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고, 글을 썼을까를 이야기했다. 유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바위에 새겼다는 정석 두글자에 담긴 그 마음도 헤아려 보고 싶었다. 천일각에서 바라다 본 강진만의 풍경도 여전하다. 

 다산초당을 내려오는 길에 남편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정약용이 유배지에 내려와 살면서 한 여인과 살며 딸아이까지 두었단다. 유배를 마치고 함께 본가로 돌아갔는데 18년을 기다린 아내가 받아주지 않자 다시 강진으로 내려왔다는 거다. 세상에....긴 세월동안 여인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수많은 글쓰기를 남길 수 있었겠지 싶다가도, 18년이나 기다려준 부인을 배반하다니.....말도 안되지 않나 싶다가도......정약용도 사람이구나 싶어 웃음도 났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넘어가는 길을 포기하고 차로 백련사로 갔다.  백련사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간다. 이제 강진을 떠나 해남으로 간다. 저녁무렵 해남의 대흥사를 찾아갔다. 대흥사는 규모가 꽤 크다. 대흥사를 감싸고 있는 두륜산의 바위 모습은 부처님 얼굴과 손 모양을 닮았다고 소개했다. 대흥사 경내에는 표충사도 있다. 차를 즐겨마시고, 글을 썼다는 초의선사 동상앞에는 소박하게 초의선사를 소개하는 글이 읽기 좋았다. 초의선사의 향기를 온몸으로 느껴보라고 권했다. 

대흥사 밑 여관에서 하룻밤을 잤다. 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길을 나서 미황사로 달렸다. 땅끝 아름다운 절 미황사. 부처님 오신 날이라 공양준비로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떡상자도 공양간 한칸을 차지했다. 침이 꿀떡 넘어갔지만 멋진 달마산을 보며 달랬다. 



해남에 왔으니 땅끝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힘들게 올라갔는데 안개는 남해의 여러 섬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땅끝전망대를 오르고 내리느라 땀이 난다. 땅끝 송호해변으로 달려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걸었다. 바닷물이 빠져 만들어진 길로 걸었다. 

강진에 다산초당이 있다면, 해남엔 녹우당이 있다. 고산 윤선도와 공재 윤두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2010년에 개관했다는 고산윤선도 기념관은 잘 만들어졌고, 전시도 좋았다. 그래도 옛집과 돌담, 비자나무 숲을 걷는 일이 더 좋다. 녹우당을 들르기 전에 윤두서 고택도 들렀다. 주변에 한옥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강진 해남 여행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절집이나 옛 집 뒤 숲에는 동백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고, 마당을 화려하진 않아도 꽤 규모있게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윤두서 고택에서도 잘 가꿔진 채마밭을 볼 수 있었다. 


미황사에서 사진 한 장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아는 분이 자신의 친정이 가깝다며 가보라고 권했다. 은향다원! 귀농해서 유기농 녹차 농사를 짓고 있는 노부부를 만나 차를 얻어 마시고, 정원과 차 밭을 구경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선 강진, 해남을 사랑하고 아끼며 삶을 가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즐거웠다. 

금서당을 지키는 화가의 늙은 아내, 아름다운 절집을 보살피는 정성들, 오랜 시간 가문의 전통을 지키며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윤씨 종가 사람들, 그리고 고향에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짓고 땅을 지키는 사람들....

우리 부부는 무엇을 가꾸며, 지키며,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를 생각했다. 

이번 남도 답사 여행 이후 우리 부부는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은향다원에서 사온 맛좋은 녹차 덕이다. 차 한잔을 마주하고 앉아 차분히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시간....행복이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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