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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우리 부부가 사는 법

수희씨 2012. 8. 13. 16:11

요즘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주인공 유준상에게는 '국민남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든 여성들이 바라는 남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남편은 찾아보기 참 힘들다는 데에 더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내편은 들지 않기 때문에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 부른다고 하기도 하고,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다' 라는 웃지못할(?) 농담마저 있을까. 

그런데 난 넝쿨당의 국민남편 방귀남을 보면 나의 남편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나의 남편도 방귀남 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괜찮은 남자다. 사실 방귀남, 차윤희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살짝 우리 부부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한다. (여기저기서 비난과 야유의 소리가 들리는 듯^^) 그 이유는 바로 아이 문제 때문이다.    

지난 주말 넝쿨당 방송분을 보면 차윤희가 아이를 잃게 돼 슬픔에 빠져 있는 모습이 나온다. 아이 갖기를 꺼리던 차윤희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면서 맘껏 직장일을 할 수 없다는 점때문에 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그래도 임신을 기뻐했다. 어려서 입양됐던 방귀남은 결혼조차 꺼려왔지만 차윤희를 만나면서 결혼도 하고, 아빠 되는 것이 두려웠지만 아이를 가진 것을 기뻐했다. 그러나 자궁의 선천적 이상으로 아이를 잃게 된 차윤희 방귀남 부부. 차윤희가 슬픔에 겨워 눈물을 흘릴때 나 역시도 참 눈물이 많이 났다. 두 부부가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우리 부부는 결혼 7년차이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단 한번도 임신이 되어본 적이 없기에 유산이나 그런 시련을 겪진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달 시험관 아기에 실패하면서 나는 참 아팠다. 착상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는 진단이었다. 배아 이식 후 아이가 잘 찾아오길 기대하고 기대했었는데....막상 실패라는 결과 앞에서는 내 온몸과 마음이 텅 비어버린 듯 했다. 나는 내 배에 손을 가만히 얹어보곤 했다. 이제는 텅비어버린 느낌.....그건 아마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런 느낌이다. 그때에 남편은 나에게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해주고 위로했다. 내 보기엔 남편 역시 몹시 서운해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먼저 손을 내밀고 나를 위로하기 바빴다. 

어제 방송을 보니 방귀남, 차윤희 부부가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다. 임신을 해 행복해하는 다른 부부들도 눈에 들어오고, 아이들 뛰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들 부부를 보면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도 그렇다. 

아이가 없다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니고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다. 그래도 참 힘들게 하는 말들이 많다. 왜 병원에 안가느냐, 일부러 안갖는거 아니냐, 하며 사람들은 참 쉽게도 말한다. 사실 이런 말들은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원하는데 잘 되지 않아 겪는 어려움들이 또 있다.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결혼한 지 7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나를 질리게 하지 않는 사람, 좋은 사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해주는 사람이 바로 나의 남편이다.

국민남편 방귀남이 전혀 부럽지 않으니 나는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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