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수희씨 이야기 (168)
수희씨닷컴
누구는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이제야 뉴스 볼 맛이 난다고 하고, 누구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잠잠해지니 뉴스 보는 재미가 시들해졌다고 한다. 재미가 있거나 없거나 우리는 뉴스에서 벗어나기 힘든 ‘뉴스의 시대’를 여전히 살아간다. 그런데 이 뉴스의 형편이 썩 좋지만은 않다. ‘기레기’라는 충격적인 말이 등장할 만큼 우리 언론 환경이 너무나 망가졌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은 이전 정권의 나팔수 노릇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종편은 하루 종일 막말을 쏟아내느라 바쁘고, 조중동도 달라지지 않았고, 이른바 한경오라 불리는 진보 성향 매체들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혼쭐이 나 사과하느라 바쁘다. 게다가 가짜뉴스도 판치고, 클릭수만 노리는 언론들의 장사치 짓도 날이 갈수록 더 할뿐이다. 그렇다고 실망..
솔직히 하나도 힘든데(!) 셋이나 키우다니… 아이 셋을 키우는 이기호 소설가의 가족이야기 를 읽었다. 이 책은 가족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설은 넌픽션인데 이 글은 픽션이다. 작가의 삶을 그대로 옮겼다. 작가는 자신에게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 같다며 가족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고 말했다. 픽픽 웃음도 나고 코끝도 찡해진다. 일상에 순간순간들을 어쩌면 이렇게 잘 담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글이 참 맛나다. 그리고 작가의 아이들 이야기도 너무나 재밌다. 사랑에 빠졌다는 첫째 아이의 여자 친구 이야기는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작가의 아이디어인지 출판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너무나 잘 아는 듯 싶다. 아이가 욕실에서 물장난하며 나오지 않겠다고 한참 떼를 썼다. 달래도 말..
아가에게 읽어줄 그림책을 사러 간 서점에서 을 만났다. 빨간머리 앤이 그림책으로도 나왔단다. 너무나 반가웠다. 서윤이도 좋아할까 궁금하고 설렜다. 집에 오자마자 을 꺼내 아이에게 읽어주었다. “아가, 이거 엄마가 어릴 때 무척 좋아하던 거다. 우리 함께 읽어볼까”. 다행히 아이도 좋아한다. 나는 내친김에 노래도 불렀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가사도 잊지 않았다.) 그날부터 매일매일 노래도 부르고 책도 읽는다. 아기와 함께 하는 행복한 마음이야 새삼스러울 것 없는데 ‘빨간머리 앤’을 함께 읽고 노래까지 부르니 가슴이 벅찼다. 이제 내 딸아이와 내가 무언가를 함께 좋아할 수 있겠구나. 그게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구나 싶다. 아주 오랜만이다. 연애할 때의 기분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당했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로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파면 이유를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까지 승복하지 않았다. 측근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정말 끝까지 제대로 밝혀서 책임을 밝혀야 한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데는 언론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까지 그럴싸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언론도 오늘에 국정..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제목이 참 좋았다. 제목에 끌려서 집어든 책인데 글도 좋았다. 읽는 동안 설렜다. 나도 그런데 하며 공감했고, 어쩌면 이렇게 잘 쓰지 하며 부러웠고, 나도 이렇게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너무 좋아서 작가의 글쓰기 책 도 내처 읽었다. 역시나 좋았다. 나는 제대로 낚였다. ‘글쓰는 사람’ 은유는 여상을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취직해 한창 돈을 벌다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았단다. 내 뜻대로 살아지지 않아서, 지금 이 삶이 최선일까, 전부일까 하는 질문이 솟구쳐 그는 이전처럼 살 수 없었다. 글쓰기를 시작했고, 철학을 공부하고, 감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시를 읽으며 그렇게 자신을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어하며 싸웠다. 그러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글쓰기까..
박근혜 대통령을 수첩공주라고 비아냥대고, 번역기가 필요하다는 세간에 조롱도 많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혼이 비정상이니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느니 이런 말들에 잠시 놀라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몹시 부끄럽고 화났다. 박근혜는 왜 대통령을 하려고 했을까. 말과 글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까지 8년간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씨가 라는 책을 펴낸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박근혜 게이트 이후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 쉽고 친근하게 쓰게,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짧고 간결하게 쓰게, 문장은 단문으로 써주게, 글은 자..
# 뉴스가 돌아왔다 막장드라마보다 더 뉴스가 재밌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지난 시월부터 시작한 최순실 관련 뉴스가 기폭제가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지난 두 달간 엄청난 뉴스가 쏟아졌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머리카락을 손질하는데 90분을 썼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주사를 즐겨(?) 맞았다는 의혹도 이번에 새롭게 알려진 사실들이다. 기자들은 바빴다. 병원 쓰레기통을 뒤져 파쇄된 종이 조각을 이어붙였고, 미용실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머리까지 했다는 취재 뒷담화도 쏟아졌다.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뉴스도 볼만했다. 오늘 저녁엔 또 뭐가 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이하 우병우) 팔짱을 끼고 웃으며 여유롭게 앉아 있고 검찰 관계자들이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서 있는 모습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한 장의 사진이 우병우의 현재적 지위가 어떠한지를 설명해준다.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버틴 이유를 알게 해 준 사진이다. 우병우, 그는 검사 출신이다. 승승장구하던 아주 잘나가는 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다. 검찰은 스스로를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라고 한단다. 젊은 나이에도 “영감님” 소리를 듣는 검사들, 그들은 대체 어떤 이들일까. 검사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대체 왜 검사 출신 정치인들은 이렇게 많고, 주요 요직에 검사 출신들이 자리하는 것일까. 궁금해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펼쳐 든 책이 바로 이다. 이 책..
#그런데 최순실은? 페이스북에서 이 해시태그를 보고 무릎을 쳤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걸 실행에 옮기고 있다니 놀라웠다. 모두들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 가볍게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최순실 게이트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마음 한편에 새삼 SNS가 세상을 참 많이 바꾸고 있구나 생각했다. 인터넷 등장도 그랬다. 인터넷이 없을 때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은데 이제 SNS 없는 삶은 상상도 못할 정도다. 사람들은 한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끊임없이 소셜미디어에 접속한다. 그리고 표현한다. 그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쏟아내는 수많은 글들은 언제부턴가 빅데이터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뭔가 엄청 ..
늦더위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가을이다. 가을은 좀 쓸쓸하다. 육아에 바쁜 나에게도 시나브로 쓸쓸한 기운이 파고든다. 이럴 땐 뭘 하면 좋을까. 파란 하늘을 따라 들로 나가도 나쁘지 않을 테고 극장에 홀로 앉아 영화를 봐도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일은 서점에 가서 시집을 사고 시를 읽는 거다. 겉멋이라 비웃어도 좋다. 가을엔 시를 읽고 싶다. 시는 참 어렵다. 나는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쉽게 읽히는 시도 있지만 내게는 어려운 시가 더 많다. (더 어려운 건 시집 마지막에 붙어 있는 해설이라는 글이다. 대체 무슨 이야길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글들이 참 많다. 시를 설명해주는 글을 읽다 내팽개친 시집도 여러 권이다.) 그런데 어려운데도 자꾸 마음이 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