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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투명해지려면 계속 써야 한다

수희씨 2017. 6. 23. 10:57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제목이 참 좋았다. 제목에 끌려서 집어든 책인데 글도 좋았다. 읽는 동안 설렜다. 나도 그런데 하며 공감했고, 어쩌면 이렇게 잘 쓰지 하며 부러웠고, 나도 이렇게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너무 좋아서 작가의 글쓰기 책 <글쓰기의 최전선>도 내처 읽었다. 역시나 좋았다. 나는 제대로 낚였다.

 

글쓰는 사람은유는 여상을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취직해 한창 돈을 벌다가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았단다. 내 뜻대로 살아지지 않아서, 지금 이 삶이 최선일까, 전부일까 하는 질문이 솟구쳐 그는 이전처럼 살 수 없었다. 글쓰기를 시작했고, 철학을 공부하고, 감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시를 읽으며 그렇게 자신을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어하며 싸웠다. 그러다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글쓰기까지 가르치며 사는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은유 작가는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두고 서른다섯부터 마흔 다섯을 경유하는 한 여자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생에 울컥한 순간 일상을 추스르며 적어간 글이란다. 여자들은 공감하리라.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면서부터 벌어지는 울컥한 순간들이 숱하게 많아진다는 걸. 은유 작가는 집안일에서부터 세상일까지 울컥한 순간들에 자신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질문하며 싸우고 글을 썼다. 그는 참 열심히도 싸워낸 모양이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말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글을 보니 알겠다. 은유 작가의 산문 곳곳에는 인용된 시들이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시를 통해 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법을 , 고통과의 연결고리를 간직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시와 니체, 생에 울컥한 은유를 글 쓰는 사람 은유로 바꿔놓았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작가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학인들과 함께 나눈 과정을 보여주며 글쓰기에 대해서 말하는 책이다. 은유 작가는 글쓰기 수업에 교재로 시집을 활용한단다. 소박하고 거칠더라도 자기 느낌과 생각으로 시를 읽어내고 해설하느라 낑낑대는 것이 공부라며, 시의 본령은 삶의 결을 무한히 펼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글쓰기를 자극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교재로 삼아 글쓰기 모임에서 여럿이 니체를 함께 읽고 느낌을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각자 자신이 이해한 문장을 자신만의 언어로(자기가 살아온 삶의 바탕에서) 설명할 수 있고 이를 들어주고 그렇게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서로의 말을 참조하는 공론장이 만들어지는 글쓰기 교실이다.

 

글쓰기,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별 거 아닌 듯 싶지만 엄청난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다는 게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늘 말해왔다. 은유 작가의 말대로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할 때 누구나 약자이다. “자기 삶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 나의 언어로 나의 삶의 서사를 풀어내는 쾌감을 누구나 느껴야하지 않겠는가! 좋은 글은 질문한다. 그 질문은 삶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 모습을 붙잡고 살아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밑줄을 그었다.

 

나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글쓰기 관련 책들을 꽤 많이 읽었지만 <글쓰기의 최전선>은 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글쓰기의 최전선>처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다. 늘 혼자 공부하고 혼자 써왔는데 함께 책을 읽고 느낌을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그 글을 읽고 들어주고 그러면 좋겠다. 내 생각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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