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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우리가 바라는 저널리즘, 언론은 무엇일까

수희씨 2016. 12. 26. 21:01


 # 뉴스가 돌아왔다

 

막장드라마보다 더 뉴스가 재밌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지난 시월부터 시작한 최순실 관련 뉴스가 기폭제가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지난 두 달간 엄청난 뉴스가 쏟아졌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당일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머리카락을 손질하는데 90분을 썼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주사를 즐겨(?) 맞았다는 의혹도 이번에 새롭게 알려진 사실들이다. 기자들은 바빴다. 병원 쓰레기통을 뒤져 파쇄된 종이 조각을 이어붙였고, 미용실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머리까지 했다는 취재 뒷담화도 쏟아졌다.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뉴스도 볼만했다. 오늘 저녁엔 또 뭐가 터질까 궁금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진 않았다. 공영방송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던 그 해 한동안 팽목항에서 뉴스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던 손석희 사장이 이끄는 <JTBC뉴스룸><한겨레> 등이 그나마 언론 역할을 했다.

 

# 언론도 공범이다

 

토요일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다. 촛불집회에선 박근혜 대통령 하야만 외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데에는 언론도 공범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맞다. “언론도 공범이다”. 이명박 정부는 낙하산 인사들을 공영방송 사장에 꽂았다. 그들은 정권에 개 노릇을 충실히 했다. 그러는 사이 언론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기자들은 기레기소리도 들었다. 한국PD연합회는 국정을 농단한 비선 실세, 이에 기생해 사익을 챙긴 사람들, 이를 알면서 묵과하고 조장한 권력 핵심, 모두 나빴다. 하지만 우리는 언론이 이 모든 이들보다 나을 게 없었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공영방송은 결과적으로 국정농단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도록 방조해 왔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최승호, 노종면 그들이 해직된 지 3000

 

얼마 전 최승호 PD를 오랜만에 만났다. 지난 2011년 충북민언련 언론학교 강사로 처음 만났고,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대회 강연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최승호 PD가 만든 영화 <자백>을 보면서 역시 그는 훌륭한 언론인이라는 생각과 함께 예전 같으면 MBC <PD수첩>에서 봤을 내용을 이제 영화로 봐야 하는 현실이 됐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최승호 PD는 해직되고 나서도 <뉴스타파>를 만들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니 참 멋지다. 다른 해직 언론인들은 지난 시간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얼마 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MBC 이용마 기자를 만나 모습을 사진으로 봤다.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기자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 이용마 기자는 요즘 MBC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라고 생각한다. 저항하면 그 순간 처벌받기 때문에 저항이 불가능하고,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노종면 기자의 라디오 인터뷰도 들었다. YTN에서 해직된 지 3000일이 됐단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그의 딸은 벌써 고3이 돼 수능시험을 봤다. 노종면 기자의 딸이 아빠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서 해직당한 언론인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어떻게 지난시간을 견뎌왔는지를 잠시나마 생각해봤다.

 

# 시민언론운동은?


지난 11월 전국민언련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난 20년동안에 시민언론운동을 평가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다가 시민언론운동도 침체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명박근혜 정부에 언론장악과 함께 시민언론운동 아니 정확하게 시민언론운동 단체 활동가들도 어느 정도 무기력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랬다. 주위를 돌아볼 것도 없이 나 역시 뭘 해볼까보다는 해도 되겠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살았다. 정권이 바뀌면 언론 형편도 나아지는 것일까? 해직된 언론인들도 제자리를 찾고, 시민언론운동도 다시 활발해지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시대적 과제가 된 언론개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 우리가 바라는 저널리즘은 대체 뭘까

 

이번 달 책읽기 글에서 소개하고 싶었던 책은 바로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이다. 뉴욕대학교 아서커터연구소 저널리즘 담당교수 미첼 스티븐스의 책이다. 미첼 스티븐스 교수는 이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육하원칙을 바탕으로 누가 무엇을 했다는 단순한 사실 보도에서 더 나아가 해석해주고, 설명해주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혜의 저널리즘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겪는 요즘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게 바로 지혜의 저널리즘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책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이러저러한 언론 문제와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뭔가 새로운 거, 더 나은 거를 찾기 전에 기본부터 다시 돌아봐야 할 처지에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이제 올해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 새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라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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