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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87)
수희씨닷컴
"바야흐로 부음의 계절이다. 폭염의 여름이 지나가자마자 서늘한 가을이 왔다. 오랫동안 투병해온 난치병 환자들과 노환의 어르신들은 주로 환절기에 한 생애를 이 세상에 벗어놓는다. 계절이 돌아오는 것을 막을수 없듯, 죽음도 피할 수 없다" - 한겨레 9월22일치 편집국에서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가운데- 오늘 아침, 신문을 읽다가 이 대목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감은 꼭 들어맞는다고 했던가. 점심무렵, 충북민언련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전한진 언니가 운명했다는 소식을 담은 문자가 왔다. 머리가 멍해졌다. 언니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07년 봄, 언니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민언련이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다며 자원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시부모님과 함께 한 추억여행? 지난 추석 연휴, 부산에 다녀왔다. 간만에 차례도 지내고, 부산도 다녀오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 명절이 좀 특별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로 복잡하기도 했다. 시댁의 큰 댁이 부산이다. 결혼한지 6년째지만 명절을 쇠러 간 것은 이번이 두번째, 오랜만에 갔다. 가는 길은 여유로웠다. 10일 오전 9시에 출발해 4시간만에 부산에 도착. 할아버지 묘에 성묘를 하고, 범어사를 구경하고, 동래해물파전까지 맛봤다. 범어사는 대학 때 답사로 왔었고, 동래해물파전은 처음 맛봤다. 부산에 도착해 돌아다니면서 시부모님과 남편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전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하며 많이 변했구나, 하신다. 명절 전이라 길이 복잡했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동래해물파전을 먹었다. 다소 비싼 가..
# 인터뷰 이야기 오늘은 엉겹결에 친구에게 인터뷰를 당했다. 나는 블로거다, 라는 제목으로 나가는 인터뷰. 파워블로거도 아닌 나로서는 쑥쓰럽기만한 인터뷰. 그래도 블로거 해보니 좋은 점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 이런 저런 질문에 답을 했다. 블로그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지역언론 이야기를 풀어 사람들에게 지역언론의 희망을 발견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가 물었다. 지역언론에 희망이 있다라고 말하면서 너무 지나치게 비판을 하는 건 아니냐고. 좀 서운한 질문이었다. 그 이유는 아끼니까 끊임없이 지역언론을 매개로 얘기하고, 보다 더 공감할 수 있게끔 하려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데....그런 노력들은 보이지 않고 여전히 서운하다는 반응이 앞서니까. 보다 애정 있는 비판을 기대..
지난 2008년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잠시 다녀왔다. 영어 공부에 손 놓은지 꽤 오래 되었던 나는 아주 어린 친구들과 영어공부를 했다. 읽고, 듣고, 쓰는 건 별 문제 없었지만, 말하기는 참 어려웠다. 그때 나와 함께 공부했던 일본인 친구 Haru가 있었다. 이 친구 이름은 우리말로 읽으면 하루다. 하루짱이라고 가족들은 부른단다. 3년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하루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에 오겠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청주에 살고 있는데 놀러 오라고 했더니 흔쾌히 오겠다한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친구가 찾아온 것이다. 약속된 시간에 터미널로 마중을 나갔다. 하루는 캐나다에서 지난 3년동안 공부를 했고,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예전에 처음 만났을때는 서로 말을 잘 못했는데......
최근에 영화 와 을 봤다. 두 영화 모두 7,80년대가 배경인 듯하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 보다는 조금 더 앞선 세대들, 조금 더 언니들인 세대들의 이야기다. 영화 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다시 찾아나선 아줌마들의 우정과 과거 시절이 겹치면서 그 예전 음악들과 풍경들이 어우러져 재밌었다. 돈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다 해결한다는 결론은 못마땅했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나의 여고시절 친구들은 잘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친구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은 평범한 여고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사춘기 고민과 풋풋한 첫사랑을 말한다. 뭐가 되고 싶은지도 확실하지도 않고, 그 무엇도 잘하는 것도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소심하기만 한 주인공 오이랑 같은 소녀들은 너무나 많았다. 나도 그랬다. 원대한 꿈을 가져야 하는..
지난 주말 단양 한드미 마을에 다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들러 대강막걸리를 마셨다는 곳, 산촌 유학 떠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곳으로 잘 알려진 마을이다. 생태마을로 잘 알려진 이곳, 한드미 마을에 가면 농사체험도 할 수 있고, 동굴도 구경할 수 있고, 여름이면 계곡에서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엔 아주 딱 마춤이다. 이 동네엔 빨래터가 있다. 여기서 빨래를 직접 하느냐고 여쭤봤는데...다른 동네에서 놀러오신 분들이란다. 빨래터에 모여 앉아 발담그고 수박 한 조각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 동네 분에게 다시 물어보니 빨래는 하지 않는다 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니 담쟁이로 뒤덮인 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화장실인가 했는데, 창고라고 한다. 담쟁이와 목조 건물이 만나 멋스러..
지난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진원 선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단다. 서둘러 선후배들에게 문자를 보내 부음 소식을 알렸다. 오후에 장례식장에 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언제부턴가 장례식 아니면 결혼식에서만 선후배들을 만나고 있다. 다들 사는 터전이 다르고, 일이 바빠 자주 보질 못한다. 그나마 이렇게 일년에 한두번이라도 볼 수 있는 게 다행일까? 지난 1월, 후배 응선이가 세상을 버렸을때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착잡한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다시 몇 달 후 이렇게 앉아 선배를 위로하고, 반가워한다. 발인까지 보고 가는 선배들을 위해 우리집에 모여 뒷풀이를 하고, 잠을 잤다. 나의 대학시절 만난 선배들이니 이제 그들을 알게 된지도 어느덧 18년이 지났다. 지난 18년동안 선배..
나에게 오월 광주는 큰 의미가 없다.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시절이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감쳐둔 비디오를 몰래 훔쳐본 기억이 있다. 나는 야한 비디오일거라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날의 화면은 어두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봐도 도저히 무서워서 끝까지 볼 수 없는 폭력적인 장면이 넘쳐났다. 그렇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알았다. 비디오을 본 당시에도 실은 잘 몰랐다. 아버지는 몰라도 된다고만 하셨다. 아니 어떻게 군인들이 시민들을 때리고, 총을 쏠 수 있는지...한동안 큰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는 것만 기억한다. 그리고 살면서 가끔 5.18을 다룬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대학시절 친구와 망월동을 다녀온 게 전부라면 전부다. 나는 5.18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조용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조용필!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나라 대표 가수, 가왕이라 불리는 사람. 청주 종합체육관에 사람들이 꽉 찼다. 세상에 모든 아줌마들이 다 쏟아져 나온 듯 하다. 이날 최고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았다. 화려한 폭죽과 조명으로 꾸민 무대, 이렇게 화려한 공연은 처음 봤다. 콘서트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본 공연중 최고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조용필은 국민가수라는 별칭답게 누구나 다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많이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무대가 움직였다. 조용필이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왔다. 넌지시 말을 건넨다. 무슨노래할까요? 하더니 그겨울의 찻집을 부른다. 그리고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 열창이 이어진다. 오 창밖의 여자까지.....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준다. 관객들이 ..
지난 토요일 옥천 안터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09년 처음 반딧불이를 보고 왔고, 해마다 반딧불이를 보러 가는 일에 요맘때면 늘 설렙을 갖습니다. 올해는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얼마나 색다를까 기대한답니다. 옥천에 도착해 오한흥 전 충북민언련 대표님 댁에 갔습니다. 거기서 이 나무자전거를 발견했습니다. 오 대표님의 외삼촌께서 만드신거랍니다. 오대표님 어릴적에 외삼촌이 만들어주신 나무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에서 탔다고 하시네요. 이제는 늙어버린 외삼촌에게 외삼촌이 잘 만드시는 나무자전거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니, 금방 만들 수 있다며 만들어주신거랍니다. 힘빠진 외삼촌을 다시 신명나게 만들어주었답니다. 금방, 대충 만든 것이라 하는데 제눈에는 마냥 신기해보였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