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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87)
수희씨닷컴
간송 전형필.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나에게 미술사 수업 시간 마다 이름을 듣게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때는 사실 간송의 삶이나 사상 따위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냥 미술품을 많이 모은 사람 정도로 알았다할까. 얼마전 간송 전형필 전기 을 재밌게 읽었다. 아주 단숨에 생생하게 전형필의 삶을 볼 수 있었다. 르뽀 작가가 쓴 전기라서일까, 아니면 워낙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가. 간송의 전기를 읽으며,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걸 지킬 수 있다는 힘이 있다는 것,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했다. 그리고 간송 미술관에 꼭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딱 두차례 전시를 한다. 미술사를 배웠다면서도 난 그동안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지난..
나의 남편은 대한적십자사에 다닌다. 남편 옆에서 지켜본 적십자사를 한마디로 표현해본다면 '봉사'다. 많은 봉사원들이 곳곳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호 활동에 나선다. 봉사원들은 소년소녀 가장을 돕기도 하고, 장애인들과 함께 여행에 나서기도 하고, 독거노인들을 돌보기도 하는 등 우리 사회 곳곳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간다. 오늘은 봉사원들이 중앙공원에서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했다. 길게 줄을 늘어서서 급식을 받아가는 식이 아닌, 정말 식사 대접을 했다. 적십자사 직원들도 모두 출동해 급식 봉사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남편이 밖에서 하는 일을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남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오늘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분들을 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의 얼굴에서는 빛이 난다..
요즘 수요일마다 충북중앙도서관엘 간다. 도서관에서 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는 이다. 북학파로 불리우는 이들, 이른바 연암 그룹에 속하는 지성들을 만난다. 연암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홍대용, 이옥, 정약용을 주제로 한주 한주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사책에서 이름만 들어봤던 이들을 다시 불러내 그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살펴본다. 이들이 활동했던 정조 시대, 왜 18세기에 이처럼 천재 문인들이 출연할 수 있었을까. 그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이너였지만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살아있는 텍스트를 만들어낸 지성! 그들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글을 남겼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그 시대를 사유하고, 오늘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글쓰기'를 생각한다. 지난..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우리 부부는 모처럼 여행을 했다. 지난 여름 휴가 이후 오랜만에 나선 여행길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남해! 1박2일에 나와 요즘 관광객이 꽤 많아졌단다. 남해에 계시는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바로 오지 말고 구례와 하동을 거쳐서 오라고 일러주셨다. 부처님 오신날을 얼마 앞두지 않아서인지 화엄사와 쌍계사, 남해 금산 보리암 모두 화려한 연등이 매달렸다. 연두빛 나무들과 화려한 연등이 어우려졌다. 푸른 하늘, 지리산의 큰 줄기, 연초록잎, 연등, 고찰의 향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길이 바로 19번국도다. 내가 태어난 충주에서도 괴산과 월악산 근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길이 19번 국도였다. 19번 국도의 남도 모습 역시 아..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봤다. 그 유명한 잭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 온 죽음을 앞둔 두남자가 여행을 떠난다. 버킷리스트, 죽기전에 해야 할 일들을 가지고 말이다. 스카이다이빙도 해보고, 세계 곳곳을 여행한다. 아프리카, 이집트, 히말리야, 홍콩까지 그들의 여행은 한없이 즐거워보였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왔던 모건프리먼은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자신이 부인을 사랑하고 있는건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모든걸 다 제맘대로 하는 잭니콜슨은 딸에게서 외면받은 그저 외로운 늙은이였을뿐이다. 그들이 친구가 되고, 여행을 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잠들고..... 죽음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 눈물이 찡났다. 생각해본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무얼까? ..
지난 금요일 수원 화성에 머물렀다. 부슬비 내리는 오후 성곽을 산책하는 길에 듣는 비소리와 나무들, 꽃.... 지친 일상을 잠시 쉬어 간다. 화서장대 성곽 사이로 소나무 숲이 보인다. 한참을 들여다봤다. 수원 화성을 기점으로 거리 표지판이 보인다. 왜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내리는 비에 꽃잎도 떨어졌다. 한참을 걸어도 질리지 않는 길....
인문학 열풍 왜일까? 가히 열풍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대단하다. 너도 나도 인문학의 중요성을 말한다.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의가 성공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봤다. 물질만능주의 시대, 신자유주의, 소비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이 시대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인문학 열풍이 오히려 다행이라할까. 그리고 인문학의 중심엔 고전 읽기의 중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고전 제대로 읽어본 적 있나 최근에 이지성이 쓴 책 를 읽었다. 이 책의 결론은 '고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위인들은 모두 어려서부터 고전을 읽었단다. 평범하던 그들은 고전을 읽고 천재가 되었다. 그들이 ..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벚꽃이 피었습니다. 파란하늘에 하얀 꽃들이 피어납니다. 하얀 벚꽃, 노오란 개나리 해마다 꽃을 피워내는 나무들 참 대견합니다! 아름다운 벚꽃길 산책에 나섰습니다. 꽃비를 맞으며, 두손을 잡고 걷는 길 마음까지 환해졌습니다!
이게 얼마만일까? 정말 오랜만에 쑥을 캤다. 친구와 청원낭성까지 갔다. 바람이 좀 쌀쌀하긴 했지만,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고, 나무엔 물이 올랐다. 친구와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쑥을 캤다. 가져간 비닐봉투 반을 채웠다. 쑥향기에 취할 정도다. 원래는 쑥 버무리가 먹고 싶었지만, 급한 마음에 밀가루를 풀어 쑥을 넣고 전을 부쳤다. 쑥향기에, 씹는 질감에..... 입맛이 돈다. 나는 오늘 봄을 먹었다!
오늘 고미술품 경매장엘 다녀왔다. 코더비경매장이다. 경매는 1만원부터 시작한단다. 잘만하면 괜찮은 물건을 아주 싼값에 낙찰받을 수 있다. 컨테이너 창고에는 고가구, 고미술품, 옛날 농기구, 6,70년대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가득했다. 작은 달마 조각도 있고, 미군들이 쓰던 금고도 있다. 그리고 오래된 라디오, TV, 카메라도 만날 수 있었다. 창고 밖에 나와있던 오래된 텔레비전. 예전엔 시골에 이런 TV 하나쯤은 있었다. KBS 카메라도 있었다. 신기술에 밀려 여기까지 왔을까? 아주아주 오래된 카메라. 아주아주 오래된 라디오! 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추억은 어디로 흘러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