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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연암에게 배우는 글쓰기의 힘

수희씨 2011. 5. 13. 17:25
요즘 수요일마다 충북중앙도서관엘 간다.
도서관에서 <인문학과 친해지기> 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한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는 <조선 후기의 글쟁이들 -연암 박지원과 친구들>이다.
북학파로 불리우는 이들, 이른바 연암 그룹에 속하는 지성들을 만난다. 
연암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홍대용, 이옥, 정약용을 주제로 한주 한주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사책에서 이름만 들어봤던 이들을 다시 불러내 그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살펴본다. 
이들이 활동했던 정조 시대, 왜 18세기에 이처럼 천재 문인들이 출연할 수 있었을까. 그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이너였지만 시대를 뛰어넘어서도 살아있는 텍스트를 만들어낸 지성!

그들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글을 남겼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그 시대를 사유하고, 오늘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글쓰기'를 생각한다. 

지난 수요일은 연암 박지원을 만났다.

연암그룹의 대표! 연암 박지원, 우리는 왜 연암을 주목해야 하는가.

연암은 권세를 멀리하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을 즐겼단다.
백탑청연이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읽고, 말하고, 듣고, 글을 썼다.

연암의 문장은 그 이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움 그 자체였으며, 뛰어났다고 한다.
열하일기 자체만 봐도 다른 여행기와 얼마나 다른 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열하일기에 배울 수 있는 것은 연암이 천재였구나라는 사실이 아니라, 연암이 가졌던 삶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 

이런 글쓰기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연암은 사물을, 사람을,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그는 계급 차이를 벗어나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힘을 가졌고,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고,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다. 단순히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의 장으로서 글쓰기를 했다. 그렇게 연암은 완성됐다.

단 한번도 권력의 중심부에 속하지 않았지만, 중심에 속했던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던 연암.
몇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텍스트,연암!

연암이라는 텍스트의 중요성을 생생하게 우리에게 보여줬던 연구공간 수유너머 고미숙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가 고전을 배우는 이유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연암을 말했다.
  
고미숙 대표는 그 무엇보다 글쓰기를 강조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 여행의 핵심은 이야기다. 사람을 만나든, 사건을 만나든 내가 부딪치면 이야기가 된다. 대상화하면 이야기가 안된다.부딪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에도, 가족에도, 모성에도 이야기가 없다. 뭘 열심히 할수록 서로가 소외된다. 내가 뭔가 탕진되는 느낌, 이런 것이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벽이다. 그래서 우정과 유머가 필요하다. 이걸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게 글쓰기다. 여행을 할때 마다 기록을 내 힘으로 남긴다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여행을 펼칠 수 있다.

글쓰기는 나를 수련하는 능력이다. 배웠으면 실천해야 한다. 실천의 장이 너무 좁으니까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잘 모르는데 글쓰기를 하면 알게 된다. 그리고 글쓰기가 막히면 현장이 협소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걸 알게되고, 관계안에서 인간이 순환하고 거기서 내 존재가 생로병사의 리듬을 탈 수 있다.  혼자 힘으로 돈으로 만들어진 어떤 공간에서 갇혀서는 절대로 자기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다. 우주적인 인연속에 들어가면 나는 우주 전체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끝없이 읽고, 말하고, 말하려면 다른 이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함께 공부해야 한다.함께 공부한 것을 글로 옮기고 이러면 그만큼이 내몸에 충전된다. 여행을 다녀오는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충천이 된다. 이것이 글쓰기의 힘. 이렇게 되면  지성의 창조에 참여할 수 있다. 

글쓰기, 말은 모든 인류에게 주어진 보편적인 재능이다. 말을 잘한다, 말을 정확하게 한다.상대를 설득하는 말을 할 수 있다, 상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다. 이건 대단한 삶의 능력이다.  남을 설득할 수 없으면 지성이 없는 것이다. 이 지성을 갈고 닦는데 매일 수련하는 방법은 글쓰기가 최고다. 그리고 그 글쓰기의 중요성을  열하일기를 통해서 꼭 느끼길 바란다." 



글을 잘쓰고 싶어하는 나에게 고미숙의 말은, 아니 연암은 이제 길잡이가 되어 줄 것만 같다.
유머와 우정의 힘으로, 글쓰기의 힘으로! 잘 살아내고 싶다. 우선 열하일기부터 탐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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