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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TV를 말하다

통합이 대세라고 말하는 방송, 과연 공정했을까요?

수희씨 2012. 8. 20. 16:40

통합이 대세라고 말하는 방송, 과연 공정했을까요?

 

지난 21일부터 청주청원 버스 요금이 1150원으로 단일화되었습니다. 이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오는 2014년 통합시 출범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실행하는 정책이라고 합니다. 버스요금 단일화는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와 닿는 정책이기에 반응이 뜨겁나 봅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청주청원 통합이 결실을 맺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찬반 논리를 벗어나 통합이 대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번 달 <TV를 말하다>에서는 청주 청원 통합 문제를 다룬 프로그램들의 내용을 살펴볼까 합니다.

 

사실 청주청원 통합은 우리 지역의 해묵은 과제이자, 주요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청주청원통합은 지난 1994년도부터 추진되어왔습니다. 몇 차례의 통합 추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합이 잘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청주시, 청원군 두 자치단체장들이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이 되어 통합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고, 관이 아니라 민간 주도로 통합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과거와 달리 청주청원 통합을 다루는 프로그램 내용에서도 찬반 논리를 벗어나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CJB청주방송은 지난 423일 시사진단 < 청주청원 통합 남은 과제는?> 편과, 58일 시사매거진 인 <통합, 대세가 되다> 편에서 각각 청주청원 통합 문제를 다뤘습니다. 지역사회 주요 이슈인 청주청원통합 문제를 이 두 프로그램은 어떻게 방송했을까요? 두 프로그램의 내용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시사진단에서는 청주청원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전문가 그룹의 토론을 방송했습니다. 사실 본격적인 토론이라기보다는 실무당사자들이 나와서 통합을 위한 상생발전안에 더 주목해 설명을 하는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날 방송에는 청주시민협의회 사무국장, 청원군민협의회 대표, 행정학과 교수 등이 출연해 지금 추진하고 있는 통합운동의 방향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통합을 찬성하는 측 인사들이었습니다. 패널들은 찬성 측 입장이면서도 통합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게 주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거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 운동이 있을까봐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통합 추진에서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부분이 민간이 먼저 나서서 상생발전안을 만들고 협의하는 이른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상생발전안에 대해서 주민들이 제대로 알고 토론을 해 볼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사항은 알 수 없고 주요 쟁점들만 거론하는 식이어서 아쉬웠습니다. 또 일부 패널의 경우에는 지자체의 경쟁력이 커지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해 통합을 받아들이는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난개발은 안된다는 입장은 밝히긴 했지만, 개발사업들이 많이 생겨나니 좋은 거다 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시사매거진 인>에서도 민간 주도 통합에 기대를 나타내며 이번에는 통합이 될 거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무엇보다 한범덕 청주시장과 이종윤 청원군수의 의지가 중요했다고 강조하면서 두 단체장의 인터뷰 내용을 편집해 보도했습니다. 자치단체장들은 상생발전안 합의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주민에 의한 통합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의 장점과 반대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반대 입장의 경우는 각각의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점을 해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전반적인 분위기가 통합이 대세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주민들은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음성변조를 해 떳떳하게 인터뷰를 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이 원해서 모자이크 처리 등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찬반의견을 밝히면서 왜 찬성 입장은 이름을 내걸고 얼굴을 등장시키면서 반대 주민들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듯 한 태도로 편집했는지 의문입니다.

 

방송에서 사용한 용어들에도 좀 문제가 있었습니다. 감정적인 단어들이 사용되었습니다. 버스 요금 단일화를 두고는 청주시장의 통큰 결단이었다고 말해 시장을 돋보이게 표현했고, 반대입장을 설명하면서는 통합을 해서 광역행정을 할 수 있는데 반대라는 암초가 남았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29만 청원군민이 서자로 전락하느니 통합을 택해 발전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청원군민 입장에서 듣자면 왜 발전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 서자로 남아 있을 것이냐, 통합의 걸림돌이라고 들릴 수 있어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좀 더 신중한 용어 선택이 필요해보입니다.

 

이 두 프로그램은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에 서서 통합이 꼭 필요하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반대 명분도 찬성입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설명 위주였습니다. 과거에는 찬반 논리를 중심으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고, 일부 지역언론들은 통합의 당위성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아예 찬성입장이 주를 이루는 내용들로만 이 많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민간주도로 통합을 위한 사회적 협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협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로 담겨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역주민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청원군민들은 정말로 통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두 프로그램에서는 청주청원 통합을 위해 무엇보다 주민투표가 관건이라며 주민투표율 33.3%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통합의 장단점을 잘 알려낼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후속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청주청원 통합의 장단점만을 알려낼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우리가 사는 이 도시와 지역 공동체를 생각해보는 프로그램도 기획되었으면 합니다. 통합시의 미래를 대규모 개발 계획 투자나 광역행정, 자치단체의 경쟁력만을 놓고 생각해보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청주청원 통합을 말하면서 충북도내 전체의 균형발전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할 수 있습니다. 충북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이런 역할도 지역민을 위해 지역방송만이 할 수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TV를 말하다/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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