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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증폭시키는 보도가 아니라 해결하는 보도로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TV를 말하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보도가 아니라 해결하는 보도로

수희씨 2012. 11. 27. 10:52

언론이 갈등 이슈를 어떻게 보도하는 지에 따라 시청자의 갈등인식과 갈등 상황의 전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합니다. 언론은 갈등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중재자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증폭자로서 부정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언론은 사회적 갈등의 공론장으로서 또 조정자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있기에 갈등이 만연합니다. 언론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지역사회에 지역언론이 필요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파행, 위기만 강조하는 무상급식 예산 갈등 보도

CJB8시 종합뉴스는 지난 6<무상급식 중단 사태 우려>라는 도와 도교육청이 서로 다른 규모의 예산을 도의회에 제출해 무상급식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10<무상급식 예산 '따로따로'>에서는 무상급식이 시행 2년 만에 파행 위기를 맞았다며 도와 교육청이 각각 어떻게 주장하는지를 설명해줬습니다. 그러면서 기자는 두 기관이 예산 분담률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시행 2년 만에 파행운영이 우려되고 있다라고 리포트 마무리 발언을 했습니다. CJB8시 종합뉴스는 무상급식 예산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실을 놓고 차질이 예상된다”, “ 파행 위기를 맞았다는 식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보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충북지역학부모단체들이 충북도에 무상급식 5050 분담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했다는 단신보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20일에는 <무상급식 도교육청 갈등>에서 충북도가 추가부담을 하지 않으면 도교육청은 학부모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며 도와 교육청 양 기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출처: 오마이뉴스>

무상급식 예산 관련 보도에서 CJB8시종합뉴스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보도태도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걸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교육청 입장을 좀 더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단신보도를 배치했습니다. 차라리 무상급식 예산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게 문제 해결에 더 나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와 교육청의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를 더 심층적으로 다뤘다면 더 나앗을 것입니다. 갈등이 증폭돼 파행과 위기를 겪고 있다는 보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언론이 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우려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 파업 갈등 책임자 교육감은 어디에? 

우리나라 언론은 노동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많은 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루는 보도태도입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정당하게 다루기보다는 파업으로 인한 불편이나 혼란 등을 더 강조합니다.

지난 11월9일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였습니다. CJB8시종합뉴스는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것이라는 예고 보도를 6일과 7일 이틀 동안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6일 보도한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 9일 총파업>에서는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 뒤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최악의 급식 대란은 피할 것이며, 학부모연합회에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튿날인 7<학교비정규직 총파업...급식 차질 우려>에서는 다시 충북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는 9일 총파업 집회 뒤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고 밝혀 학교급식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단신으로 전했습니다.


                                                                                               < 출처: 민중의 소리> 

파업이 있었던 9일에는 <총파업...31개교 급식차질> (이윤영 기자)이라는 리포트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학교비정규직 노조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뿐이었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나 교육청의 입장을 자세하게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보도는 바로 학생들 급식에 차질이 생긴다는 방향으로 옮겨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통이 학생들에게 튀었다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이 쓰였습니다.

또한 리포트 보도에 이어 학부모연합회가 파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며 단신으로 <학생 볼모로 한 파업 용납 못해>를 보도해 시청자로 하여금 더 부정적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더 문제인 것은 이 보도에서는 학생들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느니, 불법파업을 이끈 주동자와 배후조종세력이라는 학부모연합회측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검증 없이 한 단체의 성명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은 불법파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CJB8시종합뉴스는 사실과 다른 사실을 보도한 셈이 됩니다. 보도를 한 책임은 청주방송에 있습니다.

한편,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오는 232차 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단신으로 <학교비정규직노조 222차 파업>이라는 보도에서 파업을 예고하며 급식차질이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도 갈등 사안입니다. 그러나 보도내용을 보면 갈등의 대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는 교육감을 대상으로 요구를 하고 있는데,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요구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보도하지 않습니다. 정작 보도에서는 학부모 단체와 갈등을 겪는 것처럼 혹은 학생들을 볼모로 한다는 식으로 왜곡합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는 학교비정규직 노조 때문에 아이들의 급식에 차질이 생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벌인 9일부터 다시 파업을 예고한 23일까지 2주라는 시간동안 청주방송은 학교비정규직 문제의 실태를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파업을 왜 벌이는지, 그들의 요구가 타당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서 파업으로 인한 학교급식 차질이 예상된다는 보도를 반복한다는 것은 균형감 있는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갈등 해결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려면 분열과 대립을 강조하거나, 갈등을 악화시키려는 사람이나 집단만 다뤄서는 안됩니다. 갈등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 합의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CJB청주방송이 지역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공론장 역할을 제대로 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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