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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TV를 말하다

지역 정치 역량 키워내는 지역방송 역할 필요하다

수희씨 2012. 8. 20. 16:39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투표에 참여하셨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기준을 갖고 투표에 참여하셨습니까. 각 당의 정책과 후보들의 됨됨이를 꼼꼼히 살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선택에 CJB청주방송 프로그램도 도움이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달 <TV를 말하다>에서 지역방송이 미디어 선거 시대에 맞게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방송은 유권자들에게 선거의 쟁점은 무엇인지, 후보들은 어떤 자질을 가졌는지, 지역 주민들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고, 그래서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게 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CJB청주방송이 이번 4.11 총선과 관련해 어떤 프로그램들을 선보였고, 그 내용은 어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CJB는 충주를 제외한 모든 선거구의 후보초청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CJB청주방송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고, 성실히 방송했습니다.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자의 거부로 충주선거구 토론회를 열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유권자의 알권리를 무시한 윤진식 당선자는 비판받아야 합니다. CJB는 후보초청 토론회에도 각 정당의 선거 전략과 지역현안 등에 대한 토론회도 선거운동 초반과 후반에 두 차례 기획해 진행했습니다.

 

후보 초청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는 중요한 정보 제공의 장입니다. 후보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후보자의 도덕성, 정치철학, 국회의원직 수행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이번 토론회는 개인검증, 지역현안 토론, 상호토론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후보초청토론회를 통해 각 후보들이 얼마나 토론에 성실히 임했는지, 토론회를 정책 대결의 장으로 생각하는 가 등을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 후보 비방에만 몰두하는 후보, 색깔론을 꺼내는 후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후보 등 후보들의 역량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고 평가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후보초청토론회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청주 흥덕갑 토론회 운영에 관한 문제입니다. 아시겠지만 청주흥덕갑 선거구 진보신당 이응호 후보는 장애인이었습니다. 의사표현이 비장애인에 비하면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B청주방송이 이응호 후보에게 동등한 토론 기회를 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토론회 진행에 있어서 기술적인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내 안타까웠습니다.

 

이응호 후보가 장애인 후보라서 표현이 어려웠고, 이 때문에 활동보조인이 나와서 이 후보를 대신해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이응호 후보가 답변을 하고 활동보조인이 다시 정리해서 내용을 읽어줬는데, 나중에는 아예 활동보조인이 주도적으로 말했습니다. 좌석 배치 역시 이응호 후보 자리에 활동보조인이 앉았고, 이응호 후보가 옆에 있는 식이었습니다. 휠체어 때문이었다면 다른 후보와 동등하게 보이게 하는 좌석 배치를 고려했어야 했고, 미리 답변지를 받아 자막으로 처리해 이응호 후보의 말을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 방법도 고려했어야 합니다.

 

흥덕갑 토론회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긴 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적인 보완책을 더 마련했더라면, 장애를 갖고 있어도 후보토론회에 당당히 임하는 모습도 감동적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은 정당들의 정책 토론회 부분입니다. 320<총선승리전략은?> 에서는 총선의 의미와 청주청원통합, 국립암센터 오송 분원 유치 실패 책임 논란 등에 대한 토론이 있었고, 43<2012 국민의 선택은?> 에서는 각 당의 총선전략, 국립암센터 오송 분원 유치 실패 책임, 한미FTA 정책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두 토론회는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들을 비난하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의 의혹과 관련해 후보 자질 논란을 말했습니다. 또 자유선진당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비난하며 지역정당을 내세우는 발언을 했습니다.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각 정당들이 어떤 정책 대결을 벌이는지를 확인하기 보다는 비방하는 모습만 보게 된 셈입니다. 각 정당들과 합의해서 토론 주제를 정했겠지만 국립암센터 분원유치 책임 논란 등을 두 번씩이나 다뤄야했는지는 의문입니다. 한미FTA 정책에 대해서는 활발하게 토론회를 벌여 보기 좋았지만, 정작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각 정당들은 유권자들에게 차별성을 보이고 싶었을 겁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의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선 토론회가 유용했지만, 토론회 내용은 부족함이 많아 오히려 유권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CJB청주방송이 정당 정책 토론과 후보초청 토론회를 기획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왔다는 점은 높이 평가합니다. 다만 진행상의 기술적인 구성 문제, 사회자의 토론 진행 능력, 토론 주제 선정 등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선거 이슈를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CJB청주방송은 토론회는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방송했지만 선거 관련 시사프로그램 제작에는 인색했습니다. <시사매거진 인>을 통해 선거기간동안 단 한차례 선거 이슈를 다룬 것이 전부였습니다. 지난 10일 방송한 <4.11 총선 현장을 가다>편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청주상당 선거구 세 후보의 선거운동 활동 소개, 공약 소개가 전부였습니다. 이는 이미 뉴스를 통해서도 다뤄졌던 내용들입니다. 시사프로그램이라면 좀 더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점검해본다거나 상대 후보들을 비판하는 말들이 타당성이 있는지 더 살펴봐야 했습니다.

 

청주 상당 선거구 정우택 후보의 경우는 성추문, 금품수수, 불법정치자금 수수, 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등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된 내용도 있었고, 업무추진비 사용에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또 최측근으로부터 일부 의혹들은 사실이라는 양심고백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사실들을 모두 무시하고 <시사매거진 인>에서는 술자리 파문이라고 표현하며, 이에 대해 홍재형 후보와 정우택 후보가 서로를 비방하며 흑색선전으로 몰아붙이는 주장만을 방송했습니다. 국회의원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시사프로그램마저 취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양측의 공방 내용만을 전하고 만 게 아쉬웠습니다.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언론이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성 시비 때문에 방송하기가 꺼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사실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았을까요? 후보자들의 말만 그대로 전하고, 이미지만 강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며 유권자의 판단을 강조하며 마무리했습니다. 너무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 뉴스보도와 다른 시사프로그램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을까요? 이날 방송에서 보궐 시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모습을 조명해준 것은 그나마 의미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지금까지 후보초청토론회와 시사매거진 인의 선거 관련 프로그램을 살펴봤습니다. 이슈도, 정책도, 바람도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 그 속에서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CJB청주방송은 나름 노력했습니다. 아쉬움도 있지만 온전히 CJB 청주방송의 탓은 아니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고, 정책 이슈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지역의 인물을 키워내고, 지역의 정치 역량을 높이는 일에는 지역방송도 어느 정도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 때만 반짝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다시 돌아오는 선거에서는 더 나은 방송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V를 말하다/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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