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지역과 주민 삶을 변화시켜 온 <판암골소식>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마을미디어

지역과 주민 삶을 변화시켜 온 <판암골소식>

수희씨 2013. 7. 12. 17:43

대전시 동구 판암동에는 영구임대 아파트가 몰려 있고 기초생활 수급자들도 많은 편이다. 판암동 4500세대 가운데 1800세대가 기초생활수급대상이다. 경제소비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복지 수요 대상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5년에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판암동을 도시 슬럼화 지역으로 지정하기도 있다. 게다가 동네에 있던 목욕탕, 슈퍼마켓, 은행 출장소 마저도 문을 닫고 떠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건 아이들 교육 문제와 주민들 화합문제였다

학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어려운 사람들만 모여 사는 동네라는 이미지로 굳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 판암동 주민들은 마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판암주공아파트 4단지 안에 있는 생명종합복지관에서도 마을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복지관을 찾는 대상자들을 도와주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민 통합을 위해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마을 축제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마을문제 고민한 주민들 신문 만들자뜻 모아

 마을 주민들과 복지관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제대로 마을 실상을 알고 있지 못하고 소통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을 문제를 알려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았다. 처음엔 아파트 내에서 방송을 해볼까도 했는데, 직접 주민들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 마을 주민들은 마을신문이 있으면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바로 신문을 만들지는 못했다

20056월에 처음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자교육을 시작했고, 신문이 나오기까지는 6개월이 더 걸렸다. 200512월에 판암동 마을신문 <판암골소식>이 복간됐다. 마을주민들이 복간이라고 표기한 데는 98년도에 발행한 마을신문 <돌샘마을>을 이어간다는 뜻에서다.

 <판암골소식>은 한 달에 한번 4면으로 발행, 5천부를 찍는다. <판암골소식>에는 우리 동네 훈훈한 소식, 이슈 & 이슈, 주민현장 인터뷰 등 다양한 기사가 실린다. 또 매달 거리캠페인을 통해 신문을 알려내고 현장인터뷰를 통해 동네 이슈를 기사화한다. <판암골 소식>은 동네 곳곳에 설치한 배포함을 통해 주민들을 찾아간다.

 <판암골 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예산은 한 달에 50만원 안팎으로 복지관에서 세운 예산으로 만들기도 했고, 민간 재단 기금을 활용하기도 했다. 또 마을신문 우수사례로 뽑혀 시와 구에서도 예산을 지원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재정적 고민을 덜고 신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주민기자들은 자원 활동, 봉사 개념으로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판암골소식>은 철저하게 주민기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마을신문이다. <판암골소식>이 지난 2005년부터 꾸준하게 발행되고 우수사례로 뽑혀 여기저기서 칭찬을 받는 데는 바로 마을주민들이 기자로 활동하는 힘 덕분이다. 주민기자 월례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열고 회의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1면 머리기사로 무엇을 정할 것인지 등 철저하게 주민들 스스로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갈등도 많았다


권태용 생명종합사회복지관 권태용 부장은 복지관에서는 주민 기자들 결정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다소 갈등을 겪더라도 주민기자들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다. 신문을 만드는 작업은 저소득계층 주민들이 힘을 키워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기회이기 때문이다라며 주민기자들의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기자 활동으로 삶의 변화 이끌어내

 20056월 기자교육을 하면서 마을신문 제작에 참여한 기자들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기자교육을 통해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기자들까지 포함해 현재 <판암골소식>엔 스무명의 주민기자들이 활동한다. 기자교육은 해마다 두 차례 열고 있고, 방학 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기자교육도 한다

<판암골소식> 기자학교는 지역 언론 기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강사로 나선다. 권태용 부장은 처음 신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했을 때 막막하기만 해 <옥천신문>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당시 옥천신문 편집국장이었던 조주현 국장이 교육과 자문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기자들을 대상으로 일 년에 두 차례씩 기사 쓰기와 신문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다보니 주민 기자들 실력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2008년부터 6년째 주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유끼꼬씨다. 한글이 서투른 유끼꼬씨는 이제 기사를 우리말로 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주민기자활동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유끼꼬씨는 판암골소식에 한국생활일기라는 연재 기사를 쓰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를 기사로 쓰고 있는데 <판암골소식> 인기 기사다. 유끼꼬씨의 활동상이 알려지면서 많은 언론들이 유끼꼬씨를 인터뷰 해 가는 등 판암동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유끼꼬씨는 <판암골 소식>을 통해 삶이 변화했다며 주민기자 활동에 만족해했다.

주민기자 김장현씨 역시 생활에서 본인이 불편하게 여겼던 문제들을 기사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장현 기자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지난 20102월호에 마을 우체국 입국 경사로가 좁아 휠체어가 다닐 수 없다는 기사를 썼고, 우체국에서는 경사로 폭을 넓히고 자동문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장현 기자가 직접 겪는 문제들을 사진과 함께 기사를 써 <판암골소식>에 실으면서 동네 곳곳에 작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김장현 기자는 사진을 잘 활용한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편리해진 곳은 항상 전과 후 사진을 실어 이용이 편리해져 고맙다는 후속기사도 빼놓질 않는다.

 신문 매개로 주민과 주민 만나

 <판암골소식> 주민기자들은 마을신문을 통해 마을이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나간다. 그들은 마을신문 주민 기자로 활동하면서 마을에 변화만이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권태용 부장은 바로 이 부분이 복지 철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복지주체들이 각각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곧 복지인데 마을신문을 통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기 삶을 변화시켜왔기 때문이다

권태용 부장은 아마도 복지관에서 주도해서 신문을 만들었으면 이런 효과를 가져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프로그램으로 신문을 만들어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더딘 일이다. 당장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면 신문 보다는 다른 프로그램을 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신문을 꾸준히 지원한 이유는 더디더라도 주민 기자들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8월호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마을신문 모습이 실렸다. 200명의 주민을 만나 현장 인터뷰를 했는데 우리 동네 문제를 마을신문에서 다뤄주길 바란다는 바람이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생활정보, 그리고 마을 주민들 이야기를 다뤄달라는 응답자가 많았다. 마을신문 주민기자들도 앞으로 지역주민들 모습을 신문에 더 많이 싣고,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암골소식>을 매개로 주민과 주민이 만나고, 주민들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을신문을 통해 성과가 아닌 마을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주민기자 그리고 복지관 세 주체가 힘을 모으고 있다

* 이 기사는 충청타임즈와 공동기획취재한 내용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