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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 안남을 더욱 ‘살맛나게’ 하는 마을신문 <배바우>의 힘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마을미디어

지역공동체 안남을 더욱 ‘살맛나게’ 하는 마을신문 <배바우>의 힘

수희씨 2013. 7. 4. 11:56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안남

옥천군 안남면에는 다른 면에는 없는 특별한 게 참 많다. 안남어머니학교, 배바우 도서관, 마을 순환버스, 배바우장터, 마을신문 <배바우> 등 모두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만들어낸 것들이다. 지난 2002년 주민자치위원회가 생겨나면서 자치프로그램으로 안남어머니학교가 생겼고, 마을 축제도 주민들 손으로 열었다. 관이 주도해서 만든 게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주민자치위원회만으로는 마을 일을 논의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지난 2006년에 마을일을 함께 논의하는 공론장 지역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열두 개 마을 이장과 각 주민이 추천한 마을 위원으로 구성한 지역발전위원회는 마을일을 함께 계획하고 논의해나가며 마을에 변화를 가져왔다


 살맛나는 지역공동체 안남은 정보화 마을 정책을 활용해 지역농산물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며 친환경기반 농촌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나갔으며,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선정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관련 사업 등을 펼쳐나가게 된다. 주민들은 아예 이 사업에 마을신문 제작 예산도 책정했다. 마을신문 <배바우>가 있어 지역공동체 안남을 더 살맛나게가꿔 나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삶터에서 일하며 기자로 참여하는 주민들

 배바우 도서관 소식지를 만들게 된 것이 <배바우> 마을신문의 시작이었다. 지난 2008425A4 용지 크기 8쪽으로 배바우 소식지가 만들어졌다. 당시 배바우도서관 주교종 관장은 도서관 예산을 활용해 소식지를 만들면서 단순히 도서관 소식만 담는 게 아니라 마을 소식을 담아내기로 했다. 당시 발행한 소식지에는 도서관 소식을 비롯해 안남어머니학교 어머니들 이야기, 농산물 판매 소식, 출향인들이 보낸 편지, 안남초등학교와 안내중학교 학생 기자들이 전하는 학교 소식 등 다양한 소식들이 실렸다. 소식지 배바우는 20084월호부터 11월호까지 발행하다가 한동안 발행을 못했다. 도서관 예산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195일 다시 소식지를 만들었고, 20122월 호부터는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바꾸고 본격적인 신문 형식을 갖춰 발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발행하는 <배바우> 마을신문은 마을주민들이 기자로 활동하며 신문을 직접 만든다. 마을주민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이렇게 기사가 모이면 황민호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이 신문 편집을 돕고 교정회의를 거쳐 인쇄한다. 인쇄를 마쳐 발행한 신문은 안남어머니학교 어머니들이 모여앉아 우편발송을 위한 띠지작업을 한다. 신문 제작에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공을 들인다. <배바우>는 우편으로 마을 곳곳과 출향민 등 신문을 받아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달한다. 안남면 인구는 15백명이지만 <배바우>3천부를 찍는다. 안남면 외부로 나가는 부수도 꽤 많다.


                                 <배바우>마을신문 주민기자들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안남산수화권역 신복자 사무장은 마을신문 <배바우> 편집국장도 맡고 있다. 신복자 편집국장은 마을신문 덕분에 마을주민들이 한달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자세하게 알 수 있으며, 마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출향민들로부터 신문을 통해서 부모님과 고향 소식을 받아볼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고 자랑했다. <배바우>를 통해 안남면 마을 소식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마을을 알리는 데도 큰 몫을 한다.

 <배바우> 마을신문엔 사진 기사가 많다. 마을신문 기자들은 기사 쓰는 실력이 모자라서 사진을 많이 싣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역주민들 얼굴을 많이 실어야 한다는 나름의 편집방침 덕에 사진이 많이 실린다. 마을신문 기자들은 마을 주민들이 신문에서 자기 얼굴을 보면서 정말로 좋아한다며, 지역신문에는 지역주민들 얼굴이 많이 실려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배바우> 마을신문은 한달동안 열린 마을 주요 행사와 농사소식, 안남면 내 학교와 도서관 소식, 마을의 주요 이슈를 다룬 기사와 <마실갑시다>, <행복요리법> 등 고정 꼭지로 기사들로 채워진다.

 <배바우>마을신문 기자들은 모두 자기 삶터에서 일하며 기사를 쓴다. 배바우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박미영 기자는 도서관 소식을 맡았다. 박미영 기자는 마을신문이 있어 마을 구석구석 이야기를 전해준다. 동화 같은 이야기들이 실리는 마을신문이 좋다.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는 마침 6월호에 실을 원고를 정리하고 있었다. 도서관 주말 농장에서 아이들이 쓴 시를 이번 신문에 실을 예정이란다. 아이들이 꽃을 그린 그림과 시가 눈길을 끌었다. 6월호 <배바우> 마을신문은 아이들이 쓴 꽃 시 향기가 실릴 것이다. 안남초등학교 선생님들도 마을기자로 활동해 학교 소식을 전해준다. 신복자 편집국장은 우리 애들은 이미 커서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학교 소식은 마을 아이들 이야기이기에 소중하다고 말했다. 마을신문에 학교 관련 기사를 계속 싣다보니 학교에 몇 명이나 입학을 하고 졸업을 하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배바우>의 고민과 내일

 요즘 같은 농번기에 농사일하랴 취재하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한 달에 한번 발행하지만 오히려 매일하는 농사일보다는 늘 기삿거리를 생각한다는 마을신문 기자들이 말하는 어려운 점을 들어봤다. <배바우> 마을신문 기자들이 지금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신문 1면을 어떻게 바꿀까 하는 점이다. 현재 신문 1면은 신복자 편집국장이 담당하고 있다. 주로 농사 소식을 전하는 데 매달 엇비슷한 사진이 나가는 듯 해 고민스럽단다. 5월호 1면 기사는 <아카시아 꽃 향 느낄 새 없이 바쁜 농번기>였다. 이 기사에는 김태운씨 부부가 모심기를 위해 비료를 뿌렸다는 소식과 조종수씨네는 깨를 솎았다는 소식, 배태숙씨네는 토마토가 잘 익었다는 소식을 담았다. 발품을 팔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기사다. 기사는 짧지만 사진으로 더 상세하게 농사 소식을 전했다

신 편집국장은 출향민들이 볼 때는 고향 들녘 사진만 봐도 반갑겠지만 신문 1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명숙 마을기자 역시 신문 1면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핵심적인 이슈를 싣고 싶은데, 주민 기자들 힘만으로는 힘든 면이 있다고 의견을 보탰다.

 <마실갑시다>라를 인기 꼭지를 담당하고 있는 조명숙 마을 기자는 민감한 문제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마을신문은 주로 화합이 될 만한 소재 중심으로 쓰게 된다. 기쁜 일들은 쓰기가 쉬운데 안 좋은 일들은 여러 관계 때문에 기사를 쓰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조명숙 기자는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면서 마을 어르신들도 찾아다니고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보람이라고 말했다. <배바우> 마을신문에 행복요리 꼭지를 맡고 있는 송사숙 기자는 신문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며, 직접 신문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밝혔다. 송사숙 기자는 마을 어르신 한분은 내가 지나갈 때마다 불러서 신문에 나왔다고 신기하다는 얘길 한다며 웃었다.

 <배바우>마을신문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비로 제작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그래서 광고 하나 싣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신문 편집도 직접 할 수 있어 제작비용을 줄였다. 황민호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문 편집을 배워서 직접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주민들이 직접 배워서 편집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마을 종합 개발사업은 5년간 진행하는 것이기에 5년 후에는 <배바우>마을신문도 어떻게 자립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황민호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주민들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으면 광고비와 마을 기금으로 충분히 신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배바우> 마을신문은 마을 소식을 충실히 담아내면서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소식지 기능을 넘어서 <배바우>언론으로 성장해 공동체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황민호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마을신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비판 역할과 공론장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미 안남면에는 지역발전위원회가 있어 공론장 역할을 하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이 기사는 <충청타임즈>와 공동 기획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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