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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이야기/마을미디어

동네 정보에서 역사까지 아줌마의 힘 <관저마을신문>

수희씨 2013. 7. 26. 09:30

대전시 서구 관저동은 새롭게 개발된 택지에 만들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관저동 인구는 5만명이며, 15천여세대가 살고 있다. 워낙 동네가 크다보니 지역상권도 활발하게 형성된 편이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관저동은 신도시 모습을 풍기지만 신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품앗이 공동체와 <관저마을신문>이 있다.

아파트 단지가 새롭게 만들어지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이사 온 사람들이 많았으며 비슷한 또래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참 많았다. 어린이 집에서, 동네 놀이터에서 늘 만나던 아줌마들은 어느새 친해져 자연스럽게 서로 육아 정보를 나누거나 동네 관련 정보를 나누었다. 2004년에 인터넷에 카페 '관저동 아줌마' 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뜻 맞는 아줌마 다섯이 모여 출자한 돈으로 공간 '품앗이 마을카페'를 마련해 서로를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누었다.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며 각종 공예품도 만들고 천연화장품도 만들어 팔고, 어린이 돌잔치 등을 위한 한복이나 드레스 대여, 장난감, 책대여 등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품앗이로 나눈다. 관저품앗이공동체는 2010년엔 당시 행정안전부로부터 자립형 지역공동체로 선정됐으며, 2011년엔 대전시 지정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관저동 아줌마 일내다

관저동 아줌마들은 온라인 카페나 품앗이공동체 내에서만 소통하는 데에 한계를 느꼈고, 동네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살펴보고 정보를 나누면 좋겠다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신문을 만들기로 했다. 마침 마을기업에 선정 돼 예산도 확보했다. 신문을 만들어 본 경험도 없었고 글쓰기도 자신 없었지만 아줌마들은 일을 냈다. 대전지역에서 발행되는 문화잡지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국장에게 컨설팅을 받고 바로 신문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201111<관저마을신문> 창간호 2만부가 관저동에 뿌려졌다. 처음엔 세대수와 상가수를 고려해 2만부 정도를 찍었지만, 현재는 매월 15천부를 발행한다.

창간을 이끌었던 권수영 발행인 겸 편집인은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며 동네에 필요한 정보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행복바이러스를 동네 사람들에게 전달하자고 뜻을 모았다" 고 창간 배경을 설명했다. <관저마을신문> 창간호에는 용기 있는 아줌마들의 당찬 포부가 담겨있다. 즐겁고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이웃끼리 마음과 생각을 나누고,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믿을 수 있는 기사가 가득한 신문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엄마들이 스크랩하는 신문

<관저마을신문>은 창간호부터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창간호에 실린 <우리 아이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라는 기사는 관저동에 있는 모든 어린이집을 조사해 리스트를 만들어 실었다. 동네에 어린이집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줘 엄마들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됐다. 창간부터 지금까지 <관저마을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꼭지는 바로 아이들과 관련한 기사들이다. 특히 관저동 아줌마들이 직접 가본 체험학습 정보를 기사로 실어 엄마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실제 관저마을신문을 보고 체험학습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꽤 많이 듣는다고 한다. 권수영 편집장은 동네 가까운 곳에 놀러 갈만 한 곳이나 체험할 거리를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엄마들이 마을신문 보고 잘 다녀왔다는 얘기들을 때, 정말 실용적인 신문이라고 얘기해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문에는 아이들을 위한 기사만 있는 게 아니다. 권수영 발행인은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는 신문을 만들자는 생각에 아빠들을 위해서 스포츠면을 만들어 동아리 활동을 소개했고, 동네 노인정 탐방 기사도 창간호부터 실었다. 주민기자들이 동네 동호회도 찾아다니고, 노인정도 찾아다니며 이야길 전했다. <관저마을신문>의 고정 꼭지 소원을 말해봐!’ 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네사람들 소원이 실리기 때문이다. 노인정 어른들, 어린이집 어린이들, 초등학생들을 사진과 함께 소원 한마디씩을 싣고 있다.

엄마들이 만드는 신문이라서 그럴까. <관저마을신문>에는 동네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보들이 많다. 관저마을신문 알림판을 보면 동네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니 꼭 스크랩해둘 수밖에 없는 실용적인 신문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네 역사를 기록하는 신문

현재 마을신문에는 8명의 주민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민기자들은 매주 수요일에 만나서 회의를 갖는다. 아이템 회의부터 기사쓰기, 편집회의, 신문 배포까지 한 달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바쁘단다. 신문배포 역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처음에는 아파트에 신문을 가져다 놓으면 버려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경비아저씨들이 알아서 챙겨주는 신문이 됐다.

주민기자들은 광고 영업도 직접 하고 있다. “어렵지만 신문제작비를 해결하기 위해선 광고영업은 꼭 필요한 일이다.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보충하라 조언도 많지만 월급을 줘야 하는 문제 때문에 직접하고 있다. 현재 신문 제작비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만 광고 영업을 하는 형편이다라며 주민기자들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게 바로 광고영업이라고 권수영 편집장은 말했다. 주민기자들은 기사쓰기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큰 편이라고 밝혔다. 아이템은 많은데 기사로 쓰기가 힘들고, 취재도 어려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권수영 편집장은 교육문제와 정치적인 이슈에도 관심은 많지만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수영 편집장은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 사회 숙제에 우리 지역 문제를 조사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환경문제도 사회문제도 동네 지명의 역사도 신문에서 다룬 걸 갖고 숙제를 하면서 정말 뿌듯했다는 경험을 들려주며 신문이 있어 동네를 알게 해주고, 관심을 갖게 하고, 발전시키면 재밌는 동네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동네 정보를 나누겠다는 생각에서 마을신문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만드는 신문이 동네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부담스럽다며 앞으로 마을신문에서 해보고 싶은 기획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창간호부터 하고 싶었다는 마을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니 조만간 <관저마을신문>에서 마을지도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실행하는 관저동 아줌마들 덕분에 마을신문과 관저동이 더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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