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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고, 밥 먹는 것처럼 글 쓰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본문

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숨쉬고, 밥 먹는 것처럼 글 쓰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수희씨 2014. 2. 21. 15:40

하릴없는 오후 가끔씩 내가 썼던 글들을 읽을 때가 있다. 분명히 내가 쓴 글인데도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놀란다. 기대치가 낮아서일까. 나는 내가 쓴 글을 보고도 감동할 때도 있다. ‘신이시여, 정녕 내가 이글을 썼단 말인가’, 까지는 아니지만, ‘아니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이 표현은 참 기막히게 좋다’, 뭐 이 정도다. 비문을 발견할 때는 얼굴도 화끈거린다.

 

내가 쓰는 글은 대부분 잡글이다. 학술적인 글도 아니고 어떤 이야기를 창작한 글도 아니다. 그저 내 삶을, 내 생각을 쓴다. 그렇다. 난 작가는 아니다. 그래도 내게 글쓰기는 참 중요하다. 나는 매일매일 글을 쓴다. 아침에는 신문을 읽고 정리하는 글을 쓴다. 업무와 관련한 일이다. 본격적인 미디어비평이라 하기엔 수준이 낮은 글이지만 그래도 신문을 읽고 나서 사람들이 오늘 하루 이 일만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다. 그런데 요즘 일로 하는 뉴스브리핑을 만드는 일 외에는 별다른 글을 쓰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쓰는 원고를 그나마 겨우쓰고 있다. 그마저도 내 맘에 쏙 들진 않았다. 글쓰기가 잘 안된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 유명하다는 작가들은 대체 글을 어떻게 썼을까 싶어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세권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소설가들을 인터뷰 해 실은 파리 리뷰 인터뷰 가운데 몇몇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파리리뷰는 1953년에 창간된 문학계간지로 노벨상이나 풀리처상을 수상 작가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과 인터뷰로 유명하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 하루키, 폴 오스터, 밀란 쿤데라 등 열 두명의 소설가 인터뷰가 담겼다. 작품으로만 만났던 소설가들인데 그들이 내 앞에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꽤 자세하다. 그 유명한 작가들을 만나는 기분, 참 설렌다. 언젠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을 때도 너무나 놀랐다. 주인공 길이 192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됐는데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이 바로 헤밍웨이, 거투르드 스타인,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이들이었다. 영화에 재연된 그들이 참 흥미로웠다. 그때 헤밍웨이가 소설을 쓴다는 길에게 말했다. “ 진실된 글이어야 한다. 문장은 간결하고 꾸밈이 없어야 한다. ” 라고. 그 짧은 대사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모른다.

 

<작가란 무엇인가>에도 헤밍웨이 인터뷰가 실렸다. 헤밍웨이가 작업하는 공간이 어떠했는지, 그가 어떤 습관으로 글을 쓰는지도 알 수 있다. 헤밍웨이는 놀랍게도 서서 글을 썼단다. 헤밍웨이는 매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하루 동안 연필 7자루를 뭉툭하게 만들 정도의 양을 썼으며, 고쳐 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헤밍웨이는 늘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죽을 각오로 남은 삶 동안 최선을 다해 쓰겠다고, 죽음만이 글쓰기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로서의 고독도 이야기한다. 글쓰기는 개인적이고 외로운 작업이니까. 아직 다 읽진 못했는데 작가들의 생생한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인터뷰, 꽤 끌린다.

 

<잘쓰려고 하지마라>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글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쓰고 있는지, 또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작가들은 글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글 쓰는 일 말고 할 줄 아는 일이 없다, 나 자신에게 설명하기 위해, 꿈꾸기 위해 글을 쓴다. 글쓰기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숨 쉬고 밥 먹는 것처럼 글을 쓴다. 글을 쓰지 않고서는 미쳐버릴 것 같다. 글 쓸 때 흥분을 느낀다라고 글쓰기의 유혹을 말한다. “간결하게 써라. 꾸준히 써라, 있는 그대로 써라. 가능한 많이 읽어라등등 그들이 내놓은 글쓰기 비법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가란 무엇인가><잘쓰려고 하지마라>는 유명 작가들이 어느 날 하루아침에 뚝딱 작품을 써낸 게 아니라는 걸, 운명처럼 다가온 글쓰기였지만 피땀으로 일궈낸 노력의 결과라는 걸 말해주는 책들이다.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어떤 습관 같은 것을 갖게 마련이다. <리추얼>은 작가들의 창조적 행위의 주변을 이야기한다. 작가들의 사소한 일상이 어떻게 빛을 발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백 명도 넘는 작가들의 반복되는 일상적인 행위와 습관을 각종 인터뷰나 자료 등을 통해 찾고 또 그 이야기들을 맥락에 맞게 구성한 이 책은 마치 숨겨 놓은 꿀단지 같다. 조금씩 몰래 몰래 퍼먹어야 할 것 같은 꿀단지. 이 책을 읽으면서 또 깨닫는다. 내가 하는 고민은 제대로 노력도 해보지도 않고 하는 것이란 걸 말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잘 쓰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은 억지로 짜내서 쓸 수 없다. 그렇게 쓴 글은 형편없다.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 차오를 때, 어떤 현상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했을 때 글은 저절로 나온다. 요즘 내가 글쓰기가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곧 내가 치열하게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일 게다. 다른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괴로운 일이다.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글을 읽으며 노력이 부족했음을 느끼는 한편 위로도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추스르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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