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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충북민언련 십 년을 담아 책 만들다

수희씨 2013. 11. 26. 15:43

이달에는 제대로 책 한권을 읽지 못했다. 책을 손에 들어도 읽혀지지 않는다. 마음이 딴 데 가 있기 때문이다. 내 맘을 뺏아간 작업은 바로 내 일터 '충북민언련' 을 담은 책을 만드는 일이다. (내가 책을 만들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작년부터 십 주년을 맞아 책을 만들겠노라고 큰 소리를 쳤더랬다. 다른 단체들이 흔히 내놓는 백서 형식이 아니라 이 책 한 권만 보면 충북지역 언론에 대해선 모든 걸 알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들겠노라 자신했다. 욕심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었다. 십 년을 '제대로' 담고 싶었다. 이렇게 자신했던 이유는 바로 그동안 해 놓은 작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단체 모든 활동을 글로 남겼다. 우리가 하는 행사부터 회원 만남에서 나온 이야기들까지 기사로 만들어 홈페이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렸다. 우리만의 컨텐츠를 쌓아가는 일을 지난 십 년간 했다. 남들이 볼 땐 허접할지(?) 몰라도 내겐 소중한 기록들이다.

매일 아침 충북뉴스브리핑 기사를 만들었고, 언론학교 행사를 할 때에도 강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기사로 만들었다. 그렇게 글들이 모이고 쌓였다. 그러니 이 쌓아둔 글들을 잘 엮어내면 멋진 책이 만들어질거란 확신이 나를 자신만만하게 했다. 특히 올해는 책에 들어갈 원고를 염두에 두고 충북지역 내 풀뿌리 언론도 찾아다니고, 전.현직 대표님들과 언론인들을 모시고 귀한 이야기도 나눴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게을렀다. 리라이팅 수준으로 모든 원고를 처음부터 새롭게 써 볼 욕심도 있었지만 시간도, 체력도 무리였다. 본격적인 원고 작업은 9월부터 했다. 뼈대를 세우고, 조금씩 글을 다듬었다. 그리고 새롭게 묶어내면서 뺄 부분은 빼가며 편집 작업을 했다.

원고가 대충 마무리되니 이번에는 편집을 고민해야 했다. 돈이 많아서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책이야 근사해지겠지만 우리에겐 그럴 돈이 없었다. 해서 본문 편집은 내가 직접 하기로 하고, 표지 디자인만 전문가 도움을 받기로 했다. 내 한글 편집 실력은 미천하기 짝이 없었다. 연규민 선생님에게 오히려 이것저것 배우며 익혔다.

그렇게 간신히(?) 편집을 마치고 교정을 보기 시작했다. 읽을 때마다 오자가 눈에 띄고, 어색한 문맥이 넘쳐났다. 여기저기 빨간 펜을 들었더니 원고가 너덜너덜하다. 아마 내 생애 이렇게 여러번 읽어 본 책도 드물 것이다. 자꾸 다듬어야 원고는 좋아지는 법이니 기분좋게 작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고를 보면서 참 좋았다. 이 책에 우리 나라 언론 현실이 고스란히 들어있고, 충북민언련이 지나온 길이 보이고, 그 속에서 내가 숨을 쉬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뿌듯하다. 설렌다. 누군가에겐 졸작이라는 혹평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부족한 본문 편집실력을 디자이너 친구가 멋진 표지를 만들어 줘 감쌌다. 책 제목 글씨도 서예가 박수훈 선생님이 써 주셨다. 한 때 출판기획자를 꿈 꿨던 내가 이렇게 책을 만들어보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11월26일, 충북민언련이 만들어진지 십 년이다. 내가 십 년이나 충북민언련 활동가로 살았다. 내 생애 가장 오래 한 일이다. 활동가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자부하긴 힘들지만 최선을 다했다. 충북민언련 십 년을 담은 책 <충북민언련 10년을 말하다>가 이제 사람들 앞에 선보인다. 내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 충북민언련 십 년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 마음에 가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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