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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나라는 여자, 나에게 물어 본다

수희씨 2014. 3. 25. 20:29

며칠 전 인터뷰를 했다. 그냥 짧은 인터뷰가 아니라 활동가로 살아 온 에 대한 인터뷰다. 충북시민재단에서 충북지역 활동가들을 소개하는 책을 만드는데 영광스럽게도(?) 내가 거기에 들어간 것이다. 나보다 더 경력이 많은 선배들은 자신은 인터뷰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며 사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는데 나는 덥석 물었다. 워낙에 인터뷰를 좋아하는데 나를 인터뷰해준다니 누군가가 표현하는 는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인터뷰어에게 받은 질문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했는지, 그간 가장 의미 있는 일이나 어려움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맥 빠졌다. 왜일까? 나는 대체 뭘 기대했던 것일까. 과연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반발감까지 생겨났다. (이건 분명 내가 오버하는 거다.) 어쨌든 이 인터뷰를 계기로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라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러다가 임경선의 책 <나라는 여자>를 떠올렸다.


그 옛날 내 우울한 청춘에는 유희열 라디오가 위로가 되는 밤이 많았다. 서른이 훌쩍 지나서 다시 유희열 라디오를 팟캐스트로 들었다. (이제 나는 밤 12시부터 하는 라디오를 챙겨듣기 힘든 체력을 가졌으며, 밤 시간을 함께 나누어야 할 사람이 있다.) 유희열 라디오 천국에서 연애상담을 해주던 캣우먼 임경선을 그렇게 알았다

임경선이 들려주는 연애 상담, 아니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귀가 솔깃해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이야기가 많았다. 마지막 방송에서 그녀가 말한 개인이어라, 나의 감정을 존중해라, 직감을 키워라, 사랑에 관대해져라, 성실하라, 성취하는 행복을 느껴라,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라, 속 깊은 이성 친구를 가져라라는 등 몇 가지 당부를 나는 메모까지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임경선은 여자인 내가 봐도 참 멋진 여자다. 너무나 자유롭고, 거침없고, 당당하고, 솔직했다. 그녀는 결혼 하고 아이까지 낳아서 육아에 힘쓰며 남들처럼 살고 있는데 남달라 보였고, 왠지 그럴싸한 삶을 살 것만 같았다. 주로 신문이나 방송에서 연애상담을 해주던 그녀는 칼럼집에 소설까지 펴낸 어엿한 작가다. 임경선이 지난해 봄에 펴낸 책 <나라는 여자>는 그녀가 어떻게 성숙한 어른이 되었나를 들려주는 이야기다. 라디오에서 익히 들어왔던 이야기들에 더 깊이가 더해졌다

임경선은 어려서부터 남달랐던 유년 시절을 들려주며 자유라는 가치가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 가치관의 다양성이나 다채로움을 인정하는 것이 곧 자유라고 말한다. 그녀는 또 과감히(?) 못난 상처도 드러낸다. 자기가 얼마나 연애에 실패해왔는지, 어떻게 남자들에게 차였는지도 이야기한다. 그녀는 참 똑똑하다. 그렇게 연애에 실패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차린다. 그녀는 사랑을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성숙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 그녀는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내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일이란 좋아하는 일로 자신이 납득할만한 성취를 이루어야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의미가 살고, 깊은 충만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자기 자신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일은 글쓰기.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글 솜씨는 더 나아질 일만 남아 있다는 것,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아가리라는 다짐을 했다는 것.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결정하고 나니 행복했다고 말한다. 가끔씩 트위터를 들여다보면 그녀는 매일 어느 동네 카페에 자리를 잡고 글을 쓰는 모양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글을 쓰는 그녀는 참 행복해 보인다.

다시 나는 나에게 물어본다. 나라는 여자, 잘 살아가고 있는지를. 현실에서 도망치려 했던 적은 없었는지, 나에게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는지. (왜 없었겠나?!) 나 역시 당당하고, 솔직하고, 거침없이 그러고 싶다. 내 감정에 솔직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고, 사랑할 줄 알고, 성실하게 일하며 내 일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싶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매력적인 나이고 싶다. 그나저나 내 인터뷰는 어떻게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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