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삼겹살이, 이야기가 익어가는 한여름 밤 본문

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삼겹살이, 이야기가 익어가는 한여름 밤

수희씨 2010. 8. 31. 15:17
한달에 한번 지인들과 널널하게 하는 책읽기 모임이 있습니다.

이번달 책은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이었습니다.
음식 관련 책이라, 삼겹살 구워 먹으며 책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무실 앞 마당에 테이블을 놓고 식탁을 차리니 꽤 그럴듯 합니다.


고기를 먹으며, 언제 처음 삼겹살을 먹었냐는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때 먹어본 것 같다, 초딩시절부터 먹었다 " 각자 삼겹살에 대한 추억 한자리씩을 이야기합니다. 책에서는 정확하게 삼겹살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설' 들을 보면 삼겹살 구이가 대중화된 것은 삼십년 안팎, 지금은 비싸지만 아주 값싼 부위였을 거라고 하네요. IMF이후로 삼겹살 소비가 폭증했다고 합니다.

아주 옛날에는 생고기를 잘 먹지 않았다네요. 생고기에 양념없이 소금간을 해먹는 구이 요리를 방자고기라 했답니다. 종인 방자가 상전을 기다리다가 고기 한 조각을 얻으면 양념없이 구워먹었다는데서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방짜판에 구워먹었다는 설도 있답니다.

방자고기 재밌지 않나요? 영화 방자전에도 보면 방자가 고기 구워 주는 장면이 있는데......고기는 주로 방자들이 구웠을까요? ㅋㅋㅋㅋ

우리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어릴 때 먹어봤던 기억에 남는 외식으로 넘어갔습니다. 모두 자장면을 꼽았습니다. 멤버 중 한 명이 어릴적 중국집을 해서 하루 한끼는  자장면 혹은 짬뽕을 먹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자장면은 최고였죠, 라고 모두 맞장구를 칩니다. 

그리고 도시락 얘기도 나왔습니다. 인기 있었던 도시락 반찬, 싫었던 반찬, 도시락에 얽힌 각자의 에피소드를 풀으며 웃고 떠들었습니다. 맛있는 반찬을 싸온 친구랑 밥 먹으려고 했던 이야기, 겨울 교실 난로에 데워 먹던 양은도시락 얘기, 달걀 후라이가 얹어진 밥에 대한 이야기로  밤이 깊어갑니다.

음식에는 저마다의 추억과 취향이 있습니다. 아팠던 기억도, 행복했던 기억도 있고, 자기만의 비법도 있습니다. 삼겹살 구이를 놓고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던 밤이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