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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내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보는 거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다. 밤사이 SNS에 올라온 글도 살피고 포털 매체에 들어가 뉴스 제목도 본다. 그러다보면 1~20분이 훌쩍 지나간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아마 이것도 중독일 게다. 스마트 폰뿐만이 아니다. 메일 검색을 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들어간다. 그럼 로그인을 하는 것과 동시에 메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연예뉴스에 낚인다. 누가 어디를 갔다더라, 무슨 옷을 입었다더라 하는 자질구레한 스타들에 일상에서부터 어젯밤 드라마 내용까지 별 기사 같지 않은 기사를 나도 클릭해서 본다. 한참 클릭질을 하고 나서야 내가 왜 이러지 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점점 연예뉴스를 클릭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왜 그럴까. 정말 궁금해..
76만명이 ‘카트’를 봤다. 백만을 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160만명에 관객이 들어야 한다는데 절반도 채 안됐으니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카트가 거둔 성과를 고작 관객수로 헤아리긴 어렵다. 나는 영화 카트가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사실 걱정이 많았다. 과연 노동자들 이야기에, 파업하는 이야기를 상업 영화로 잘 풀어낸다는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미리 걱정도 했다. 너무 뻔하게 그리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내 얄팍한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 카트를 만든 부지영 감독은 너무나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냈다.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노동자들에 이야기 영화 ‘카트’는 실제 이랜드 홈에버 비정규직 노..
10월4일 수정란을 이식하고, 13일에 피검사로 임신을 확인했다. 임신했다는 사실이 영 믿기지 않았다. 피검사를 세 번이나 했고 임신수치가 계속 올라갔는데도 말이다. 10월25일 작은 아기집을 확인했다. 내 텅 비었던 자궁에 검은 동그라미가 생겼다. 이게 바로 아기집이다. 10월25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 나는 아가를 초음파 화면으로 만나고 있다. 책으로만 봤던 태아의 변화를 내 눈으로 보고 있다. 11주차까지 내가 본 아기 모습은 신비함 그 자체다. 심장소리 듣다 10월25일 아기집을 확인하고 그 다음주에 가보니 아기집이 더 커져있었다. 7주차에 드니 드디어 아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크기가 1.1cm였다. 화면상으로 반짝반짝 보이는 것이 심장 뛰는 모습이란다. 정말로 신기하기만 했다. 처음엔 아기집..
토요일 아침, 눈뜨자마자 찾아 읽는 글이 있다. 바로 ‘정희진의 어떤 메모’ 이다. 한겨레 신문 토요판 2면에 실리는 정희진의 책읽기에 대한 글이다. 어떤 날은 글이 좋아 몇 번을 읽기도 하고 오려놓기도 한다. 책읽기에 대한 글들은 수없이 많다. 널렸다. 그러나 정희진의 글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가 바로 그 책이다. 사실 누구처럼 이런 방식은 내겐 별로다. 누구나 자기 만에 방법이 있고 자기 만에 삶을 사는 것일 진데 누굴 따라한다고 자신에 삶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질 않나. 그런데 정희진의 어떤 메모를 읽다보면 ‘정희진처럼’ 읽고, ‘정희진처럼’ 썼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는 정희진의 어떤 메모를 엮어낸 책인데, 이 책 앞과 뒤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달력을 찾아 4월16일부터 오늘까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헤아렸다. 오늘로 190일째다. 이제 200일도 열흘 남았다. 그런데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개월 째 되는 날이었다. 우연히 뉴스를 들여다봤다. 앵커 뒷 화면으로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날 밤 혼자 TV앞에 앉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잊지 않겠다,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잊지 않았다. 세월호 관련 기사만 봐도 여전히 눈물을 찍어낸다. 그런데도 부끄럽다. 왜일까. 너무나 무기력하다. 나 같은 수많은 이들을 일깨우기 위한 ‘책’이 나왔다. 작가, 정치학자, 언론학자, 철학자 등이 모여..
지난 추석연휴에 나키자와 신이치의 라는 꽤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숨 일꾼이 건넨 책이다.) 나카자와 신이치는 신화 강의록 시리즈 ‘카이에 소바주’를 펴냈는데 는 그 시리즈에 두 번째 책이다. 강의를 묶어낸 책이라서 그럴까. 딱딱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읽었다. 그보다 워낙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라 더 놀라웠다. 갑자기 곰이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곰에 대한 환태평양지역의 신화를 소개하며 이런 신화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만들었는지, 지금 현재는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한다. 사실 곰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 아닌가. 아가들이 많이 부르는 노래 ‘곰 세마리’도 그렇고, 끌어안고 자는 곰 인형도 곰돌이 푸우도 그렇다. 이런 ‘곰’들을 그저 귀여움에 대상으로만 여겼는데 ‘태초에 신은 곰이었다’..
올해는 꼭 병원에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다짐만 했다. 별다른 노력도 못했다. 병원 예약도 알아보지도 않았고,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도 나서지 않았다. 봄에는 바쁘니까, 여름에는 더우니까 그러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병원엔 언제쯤 갈거야?" 묻는 남편에게는 막연하게 추석이후에 가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술도 마시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고 했다. 덕분에 몸무게도 늘었다. 지난 추석 이후에 시어머니가 편지를 보내 당부하셨다. 추석때도 병원에 가보라고 말씀하셔서 "갈거예요" 했는데, 편지까지 보내오셨다. 시어머니는 자식 없으면 서럽다고 하루 빨리 병원에 가라고 성화시다. 시어머니가 재촉하지 않으셔도 올해는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마흔을 지났다. 가임기간이 짧아지고 체력도 약해지니 하루라도 빨리 병원..
사람이 죽었다. 왜 죽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단다. 그는 한 지역일간지 기자였다. 밤에는 대리운전을 뛰었고, 여관방에 달세를 살았다니 형편이 넉넉치 않았던 듯 싶다. 그에 죽음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삼십대 기자 노동자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가 믿기질 않았다. 정말이냐고 몇번을 되물었다. 그가 정확하게 무엇때문에 죽게 됐는지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좀 더 나은 여건 속에서 일할 수 있었다면 하는 부질없는 마음도 들었다. 얼마전 페이스북 친구인 한 방송사 기자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이제 만 삼년이 지난 막내기자들이 여전히 새벽출근을 한다며 이를 돕기위해 10년차 기자들이 새벽근무를 자청하고 나섰다고. 신입을 뽑지 않으니 3년이 지나도 신입기자들이 하는 역할을 해야만 하는 기자..
“너 요즘 외박이 잦더라. 피임은 네가 알아서 해라. 미혼모가 돼도 네 인생, 배불러 결혼해도 네 인생. 엄마는 모른다”. 최근 TV 드라마에서 나온 엄마의 대사다. 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친구네 집에서 외박을 밥 먹듯이 하는 딸에게 엄마는 쿨하게 네 인생이니 알아서 하라고 말한다.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보니 세상 참 달라졌다. 드라마 속 엄마처럼 요즘 엄마들은 딸의 남자관계에 이처럼 쿨할까? 어느 날 내 딸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만 낳겠다고 한다고 해도 이처럼 쿨할 수 있을까? 여기 스무 살부터 아이를 낳고 싶어 하던 문숙이 엄마는 “어쩔 수 없지. 내가 도와줘야지. 애가 애를 낳는데 어쩔 수 있나”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영화 는 미혼모 인생을 선택한 여동생과 그런 ..
내가 이번 여름 내내 붙들고 읽고 있는 책은 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5권짜리다. 이제 4권을 끝냈다. 단 한 권이 남았다.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워낙 양이 많은지라 시간이 걸렸다. 아니 사실은 딴 짓을 하는 데 더 시간을 보냈다. 이래저래 마음 쓸 일이 많아 책 붙들고 있기가 어렵다. 핑계일 수도 있다. 요즘 내가 그렇다. 책을 내리 쭉 읽어내지 못한다. 집중력도 나빠지고, 체력도 그렇다. 책을 들고 있었는데 어느 샌가 나는 잠들었다가 깨곤 한다. 이번 여름 휴가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남편이 휴가가 없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쉬면서 책이나 볼 요량이었다. 을 선택했다. 일주일간 세권은 읽어냈지만 남은 두 권은 여전히 끝내지 못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