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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차라리 뉴스를 꺼 버리자

수희씨 2014. 12. 24. 13:08

아침에 눈뜨자마자 내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을 보는 거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다. 밤사이 SNS에 올라온 글도 살피고 포털 매체에 들어가 뉴스 제목도 본다. 그러다보면 1~20분이 훌쩍 지나간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아마 이것도 중독일 게다. 스마트 폰뿐만이 아니다. 메일 검색을 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들어간다. 그럼 로그인을 하는 것과 동시에 메일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연예뉴스에 낚인다. 누가 어디를 갔다더라, 무슨 옷을 입었다더라 하는 자질구레한 스타들에 일상에서부터 어젯밤 드라마 내용까지 별 기사 같지 않은 기사를 나도 클릭해서 본다. 한참 클릭질을 하고 나서야 내가 왜 이러지 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점점 연예뉴스를 클릭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왜 그럴까. 정말 궁금해서 보는 것일까?!



뉴스에 관심이 많은 나는 하루 종일 많은 시간을 뉴스에 할애한다. 아침에 종이신문을 보는 일부터 시작해 시시각각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저녁에는 방송 뉴스까지 챙겨본다. 물론 좋지 많은 않다. 근데 이게 습관이 돼 버려 보지 않으면 허전하기까지 하다. 다른 이들도 그럴까. 인기 있는 철학자 알랭드보통이 <뉴스의 시대>라는 책을 펴냈다. 뉴스 사용자 매뉴얼 이라는 원제를 뉴스의 시대로 제목을 썼다. 정말 뉴스의 시대를 방불케 할만큼 하루 종일 수많은 뉴스가 쏟아진다. 알랭드보통은 인류의 절반이 뉴스에 넋이 나가 있다며 이 익숙한 습관을 좀 색다르게 보려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철학자 알랭드보통이 왜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이 책은 알랭드보통이 마주한 뉴스를 놓고 다시 톺아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정치, 해외, 경제, 셀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 뉴스를 갈래로 나눠 각기 뉴스들의 특징을 설명한다. 보통은 서문에서 이 책은 뉴스와 맞추진 순간들의 모음이라며 뉴스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고 한 게 아니라 뉴스에 대해 일종의 유토피아적 접근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뉴스가 언젠가 이룩하게 될 모습을 상상해보고 싶었다며 이 책은 그에 대한 기록이라고 밝혔다. 언론학자가 아닌 철학자의 뉴스 진단에 꽤 많은 공감을 하며 책을 읽었다.

사람들이 뉴스를 계속 확인하는 이유는 뭘까. 알랭드보통은 뉴스에서 눈을 떼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뉴스는 자기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불안과 의심을 삼켜버리도록 용인함으로써 우리를 사로잡는 문제로부터 도피하는 탈출구 되며, 불행한 사건을 다룬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정상적이고 축복받았다고 느끼기까지 한단다. 그런데 뉴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뉴스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중요한 사건일수록 그렇다. 상당히 많은 뉴스가 쏟아지지만 뉴스에 이면이나 감춰진 진실 따위를 찾으려면 품을 들여야 한다. 언론이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대한민국 언론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2014년은 기자와 쓰레기를 합성해 기레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알랭드보통은 정치 뉴스 설명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뻔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한다. 이정도면 대다수 사람들이 가진 정치적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을 약화하는 데 충분할뿐더러,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사람들이 정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끌어냈을 결의를 훼손하는 데도 충분하다. 현 상태는 뉴스를 통제하기보다 오히려 흘러넘치게 할 때 오래도록 충실하게 유지될 수 있다.” 어떤가. 지금이 꼭 그렇지 않은가. 물론 우리에 경우는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도 있었지만 일부 보수 언론들은 알아서 확성기 노릇을 자처하지 않았는가. 그들이 쏟아내는 쓰레기 같은 뉴스에 대중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아무런 자각 없이.

알랭드보통은 뉴스를 어떻게 접해야 하는 가를 설명하면서 대안으로 나만의 맞춤 뉴스를 만들권을 권했다. 뉴스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고민하라고 했다. 뉴스가 우리에게 가르쳐줄 중요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고도 했다. 알랭드보통의 해법은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우리 현실이 너무나 비루해서일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렇다. 차라리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뉴스본부로 탱크를 몰고 가는 게 더 낫지 싶다.

올해도 너무나 큰 사건들이 많았다. 그 사건들을 뉴스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성찰할 수 없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하는 뉴스가 아니라면 차라리 이제 뉴스를 꺼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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