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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고전의 힘, 삶을 바꾸는 책읽기

수희씨 2014. 8. 27. 14:52

내가 이번 여름 내내 붙들고 읽고 있는 책은 <레미제라블>이다. 민음사에서 나온 5권짜리다. 이제 4권을 끝냈다. 단 한 권이 남았다.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워낙 양이 많은지라 시간이 걸렸다. 아니 사실은 딴 짓을 하는 데 더 시간을 보냈다. 이래저래 마음 쓸 일이 많아 책 붙들고 있기가 어렵다. 핑계일 수도 있다. 요즘 내가 그렇다. 책을 내리 쭉 읽어내지 못한다. 집중력도 나빠지고, 체력도 그렇다. 책을 들고 있었는데 어느 샌가 나는 잠들었다가 깨곤 한다

이번 여름 휴가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 남편이 휴가가 없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나는 집에서 쉬면서 책이나 볼 요량이었다. <레미제라블>을 선택했다. 일주일간 세권은 읽어냈지만 남은 두 권은 여전히 끝내지 못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여름이 책읽기는 더 좋다. 멋진 해변에 누워 책을 읽는 달콤한 상상은 오래전부터 꿈꿔왔지만 집구석에서 널 부러져 읽는 책도 달다.

 내가 책을 읽는 오래된 방법 가운데 하나가 장편 소설은 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하는 것이다. 대학시절에 읽은 혼불이나 토지, 한강, 태백산맥 등 장편 소설은 주로 방학 때 읽은 책들이다. 긴 호흡을 가진 책들을 이렇게 읽어내면 뿌듯함이 가슴에 꽉 차오르곤 한다. 특히나 고전으로 불리는 책들을 읽으면 더 그렇다. 어려운 철학 책 등은 금세 집어던지기 일쑤지만 소설 책 읽기는 어려서부터 꽤나 좋아했다

그 옛날 우리집에는 계몽사판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내가 중학교 때 부모님이 선물해준 책들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방학 때마다 소설 읽기에 빠져들었다. 단테의 <신곡>은 안 읽었지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너무나 재밌게 읽었고,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읽고서는 주인공이 즐겨 피우던 담배와 즐겨 마시던 술을 마셔보고 싶은 충동도 느꼈고 라비크의 고독을 이해하고 싶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읽으면서는 그 야했던 결혼 첫날밤에 묘사를 몇 번이나 되짚어 읽기도 했었다.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을 읽을 때에는 그 사랑을 이해해보려고 애썼던 것도 기억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나서는 어설프게 독후감을 방학 숙제로 써 내 상도 받았다. 사실은 해설문을 보고 살짝 베껴 쓴 독후감이었다. 훼밍웨이, 카뮈, 도스트예프스키, 톨스토이, 헤르만헤세 등등 이런 작가들 책을 뭔지도 모르고 읽던 때였다. 그렇게 뭔지도 모르면서도 나는 그때 친구들에게도 속으로는 으스대는 마음이 있었더랬다. 니들이 모르는 뭔가를 나는 알고 있다, 이런 마음이랄까.

그 이후로는 세계문학에 고전을 즐겨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인문학 열품이 불면서 여기저기서 고전을 읽으라는, 아니 읽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다시 고전 소설 읽기에 눈을 돌렸다. 그리스인 조르바, 안나카레리나 같은 책들도 그렇게 다시 읽었다

광고를 만드는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서 자신이 읽은 책들이 자신을 깨우는 도끼였다며 자신이 책을 읽고 어떤 문장에서 울림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했다. 박웅현은 이 책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모든 것에 놀랄 줄 아는 창의적인 사람이었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며 조르바의 삶을 통해 창의적인 삶을 배웠다고 말했다

책읽기와 관련한 책을 많이 쓴 정혜윤 작가도 조르바 흉내를 내며 살아온 것 같다고 자신도 조르바처럼 깜짝깜짝 잘 놀라는 사람이 된 듯 하다며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듯이 대한다고, 조르바의 세계엔 변신이 있다고 수많은 책에서 말했다.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도 찾아 읽었다. 박웅현과 정혜윤이라는 사람이 느낀 조르바처럼 내게도 큰 울림이 있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또 조르바를 알게 됐다

2,3년 전이었던가. 나는 <안나카레리나><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읽었다. <안나카레리나>를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는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안나를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 삶에 경험이 많아지면서 이해의 폭도, 울림의 깊이도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인가 보다

<레미제라블>을 읽는 지금은 뭔가 대작을 읽어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묘하게 셀렌다. <레미제라블>을 다 읽으면 사람 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 부조리에 맞서는 용기를 더 갖게 될까? 팔월이 다 끝나기 전에 마저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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