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수희씨닷컴

스트레이트 너머 내러티브, 안영춘에게 배운 글쓰기 한 수 본문

지역언론 이야기/1인미디어,블로그, 글쓰기

스트레이트 너머 내러티브, 안영춘에게 배운 글쓰기 한 수

수희씨 2011. 9. 25. 20:45
이런 인터뷰 기사도 있어?!

소년은 범생이였다.....문장을 읽는다. 이건 기사라기 보다는 어떤 이야기 같다. 술자리에서 선배와 후배가 두런두런 나누는 장면 마저 떠오른다. 게다가 글 마지막 부분에는 아예 "한잔만 더하고 가자"는 글 속의 주인공 육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 생생하다.

그런데 인터뷰기사란다. 고정관념부터 깨야 했다. 일문일답으로 이어지거나, 인터뷰이를 소개하며 직접 인용을 가져와 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터뷰 기사가 아니다. 그는 말했다. 나는 그와 취재를 목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말을 수첩에 일일이 받아 적지는 않았지만, 심지어 술까지 마셔 정확한 숫자따위 조차 기억에 남지도 않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그의 말을, 그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정확하게 썼으므로 저널리즘의 본질을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읽어보니 그렇다. 그가 한 이야기가 맞다.
 


 


스트레이트 기사를 너머서

그가 쓴 인터뷰 기사는 내러티브 방식이었다. 내러티브는 말 그대로 이야기다. 그렇지만 우리 언론에 내러티브는 여전히 드물다. 대부분의 기사가 스트레이트 형 기사다. 사실 스트레이트 기사는 물리적 제약때문에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산물이다. 한정된 지면과 시간에 적응하기 위해 나온 것이 역피라미드식의 스트레이트 기사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면서 재미없는 기사, 변화를 요구 받는 기사가 됐다. 를 보자. 리드 부분만 읽으면 무슨 얘긴지 빤히 드러나는 기사. 평면적이고, 맥락과 흐름의 맛을 느낄 수 없는 기사다. 그렇지만 그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러티브 기사를 잘 쓰려면.....

그는 스트레이트 너머의 글쓰기, 내러티브를 잘 쓰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글감을 찾는 것, 바로 무엇을 쓸지 구체화 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제만 잘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문제 설정이다. 나만의 문제 설정이 드러나야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다. 문제 설정을 하고, 만들어진 명제를 물음의 구조로 바꿔 그 물음에 보다 구체적으로 답하듯이 글을 쓰자. 그 글에는 나만의 관점이, 나의 위치가 드러나야 한다. 의식적으로 1인칭인 나의 위치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은 맥락을 살리는 전개가 중요하다. 단순한 일화를 나열하는게 내러티브가 아니다. 맥락을 살리면서 행간을 활용하는 경제적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널리즘 글쓰기에서 행간은 결정적인 변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읽는 이가 행간의 숨은 의미를 파악해주기를 바라며 여러 장치를 해놓을 때가 많다. 그 부분을 설명하는 듯 싶다.    

그는 두시간안에 내러티브 강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로 시작했다. 두 시간 내내 자신의 글쓰기, 내러티브를 설명하면서 저널리스트로서의 문제의식, 자존심, 고민을 얼마나 자신의 글쓰기에 녹여내려고 했는지를 그의 말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  안영춘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