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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출신 총리 "탄생" 이라고? 지역출신이 뭐길래...

수희씨 2014. 6. 13. 16:25

‘탄생’ 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허걱’했다. 지난 11일 중부매일은 1면 머리기사 <첫 충북출신 총리 탄생하나>를, 충청타임즈 1면 <충북 출신 첫 국무총리 탄생하나>를 실었다. 충북 출신 총리가 처음이라서 그랬으리라 이해해보려고 해도 ‘탄생’ 이라는 표현은 아니다 싶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얘기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한 이후에 총리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던 사람들이 아니라 전혀 예상 밖 인물이었다.

문창극 후보는 청주 출신이기도 하지만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충북에선 충북 출신 총리를 더 중요하게 여겼는지 몰라도 그가 오랫동안 중앙일보에 써왔던 보수적인 글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조중동을 평소에 보지 않아 나는 문창극씨가 어떤 글을 썼는지 몰랐다. 그러나 언론보도나 SNS에 오르내리는 그 칼럼들 내용을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는 또 생각했다. 아무리 지역언론이라지만 문창극씨가 언론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대충 알아볼 수도 있을 법한데 무조건 지역 출신이라고 환영하나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문창극 후보자가 별 문제 없이 청문회를 통과할거라 생각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에는 문창극씨가 써 온 칼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KBS 9시 뉴스에서 나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강연 내용은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일본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다, 우리 민족은 게으른 DNA를 가지고 있다, 위안부 배상 받을 필요 없다 등등 도무지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라는 자에게 걸 맞는 역사인식과 상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문 후보자는 왜곡보도라며 반박했다. 전체 강연 내용이 아니라 한두 마디 말만 떼어 내서 자신을 공격하는 거라고 대응했다. 문창극 후보자 말대로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하더라도 저런 말들 자체만으로도 문제 아닌가. 어떻게 문제가 아닐 수 있나. 도무지 상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충북출신 총리가 탄생했다고 환호하던(?) 지역언론은 여전했다. 충북일보는 전 김춘길 주필의 의견을 가져와 "일제 식민지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말은 수긍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지만 다른 신문들은 아예 문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 문창극 후보자의 엄청난 발언보다 청문회 걱정이 먼저다. 충북일보는 지난 12일 사설 <국회 인사청문회도 선진형으로 변해야>를 싣고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사소한 흠집까지 들춰내 골탕 먹이는 후진적인 인사청문회가 돼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충청타임즈도 13일 주말에 라는 꼭지의 무기명 칼럼 <문창극 파문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문 후보가 나라를 위해 얼마나 일하고 기여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고 판단하는 것에 청문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과거의 일탈을 지적하는 것 못지않게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의 궤적과 주변 평가를 중시해 앞으로 가능성을 찾아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창극 후보자가 청주 출신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보도했을지 궁금해진다. 지역 출신이라고 이렇게 감싸서(?) 될 일인가. 일부 지역언론들은 정부 개각 때마다 충북 출신 인사가 포함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충북일보는 11일 1면 < 새 국무총리 후보에 충북출신 문창극 내정>에서 “이시종 지사와 이승훈 당선자 모두 세종 청사 내 국무총리실을 방문해 지역 현안과 관련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벌써부터 상상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대감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상상까지 했겠는가.

지역 출신 인사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지역에선 이렇게 지역출신을 강조하는데 정작 그들은 지역을 어떻게 생각할까. 지역 출신이니 뭘 챙겨줄거라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아닌가. 이제 지역출신 좀 그만 따지자. 신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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