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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삶의 향기

[제주4.3기행] 조카 민석이와 함께 한 여행

수희씨 2013. 2. 27. 10:31

내 조카 민석이는 비행기를 한번도 타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번 제주 4.3기행에 따라 나섰다. 부모님도 함께 가지 못하는데도 이모와 이모부만을 믿고 따라 나선 것이다. 출발하는 날 만난 민석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비행기 타는 게 너무나 기대가 됐기에 단 한 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민석이는 먹는 것을 무지무지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한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민석이는 이번 제주 여행 가서 뭘 할거냐고 우리 재미난 거 타고 그럴 거냐고 묻는다. 너무나 들떠있는 민석이에게 살짝 미안해졌다. 4.3 기행은 좀 어렵지 않나 싶기도 했다. 


첫날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왜 차를 타지 않고 걷는거냐며 투덜거렸지만 열심히 사진도 찍고, 초콜릿도 까 먹어 가며 올레 길을 걸었다.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늦춰졌고 점심 때도 지났다. 배고픈 민석이가 이중섭 미술관에 가서는 보는 등 마는 둥 하며 어서 밥먹으러 가자고 재촉한다. 그래도 기념 한 컷을 남겼다. 



이튿날 4.3 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민석이는 덩치는 크지만 이번 여행단 막내고, 아직 어리기만 하다. 배고프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둘째날도 열심히 따라 다녔다. 4.3 평화 기념관에서는 통 선생님 얘기도 듣지 않는 거 같았다. 

 

하루종일 4.3 유적지를 다니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민석이가 말했다. 좀 슬펐노라고.... 사실 난 좀 놀랐다. 아이들이 충격받을까 걱정은 하면서도 아이들이 저마다 어떤 느낌을 가졌을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듣는둥 마는 둥 했어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틀 내내 많이 걸었다. 민석이는 내게 차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는 바람을 맞으며 이야길 나누며 걷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를 느끼진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아직 무리인가 보다.  

여행 마지막날 밤 모두 모여앉아 이번 여행에서 느낀 소감과 기억에 남는 일을 말했다. 민석이는 목시물굴에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경찰이 주민들을 죽였다는 게 너무 끔직했다고 말했다. 나는 민석이가 참 기특했다. 힘든 일정도 열심히 쫒아다니고 형, 누나, 아저씨, 아줌마들에게도 의젓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베스트 포토상을 시상할테니 사진을 열심히 찍으라는 미션에도 어찌나 열심이었는지 모른다. 


 

여행은 사람을 자라게 한다더니....민석이는 정말 의젓하고 멋진 모습으로 여행을 마쳤다.여행에서 돌아온 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민석이에게 문자가 왔다. 

"제주도 다시 가고 싶어서 펑펑 울었어" 민석이는 이번 여행이 참 좋았나보다. 나도 그렇다. 다시 가고 싶을 만큼 ....다음 여행을 약속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민석아! 다음번에도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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