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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한심한 정치, 누구 책임일까

수희씨 2016. 8. 21. 21:59

20대 국회, 별 기대도 안했지만 정치판은 정말 한심 그 자체다. 총선 결과를 봐선 개혁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아니다. 나는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승리하고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폭삭 망할 줄 알았다. 국민의당 역시 잘해봐야 호남의원들만 살아남겠거니 예상했다. 총선 결과를 보며 역시 국민은 위대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어쩜 이렇게 절묘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지난번 소개했던 책 <아주 낯선 상식>의 저자 김욱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말이다.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이번에는 영남 없는 민주화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아주 낯선 선택>이다. 김욱 교수는 <아주 낯선 상식>에서 왜 영남패권주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면서 야권분열에 책임지라며 호남에 표를 달라고 하느냐고, 광주도 이제 세속적인 정치적 욕망 즉 복수정당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욱 교수는 이번 책 <아주 낯선 선택>에서 4.13 총선 결과에 대한 해석과 함께 <아주 낯선 상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들에 대해 반박과 답변을 내놓았다. 김욱 교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구체적현실적 책임은 언제나 호남에 지우고 반민주주의의 실현 주체는 추상화관념화해 영남을 그 현실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영남패권주의 메커니즘과 이데올로기를 파헤치겠다며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 청산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는 <아주 낯선 상식>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호남의 정치적 욕망 내지는 역사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김욱 교수가 밝힌 노무현 이데올로기 즉 친노들의 욕망과 위선을 드러낸 부분은 속이 다 시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조건 절대선인 양 떠받드는 게 늘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김욱 교수의 말대로 노무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노세력들은 이번에도 호남을 겁박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씨까지 대동하고 호남을 여러 번 방문했다. <아주 낯선 상식>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이런 장면들이 바로 저 모습이 겁박이구나 싶었다.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한 문재인은 총선 이후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말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미디어들도 호남을 겁박하긴 마찬가지다. 이른바 진보적이라고 하는 한겨레나 경향신문은 친 문재인 성향을 지나칠 정도로 드러냈다. 호남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야권분열 책임을 호남에 떠넘기는 듯한 칼럼과 사설이 많았다. 특히 한겨레는 안철수를 속된말로 까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칼럼에서는 안철수 대표 얼굴이 예전에 해맑고 선하고 온유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치가 얼굴을 변화시켰다고 관상평을 내세웠고, 만평에서는 홧김에 서방질?’ 이라는 표현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대표를 비꼬았다. (안철수지지 여부를 떠나서 정말 이 만평은 최악이었다.) 김욱교수가 <아주 낯선 상식>에서 이야기한 호남의 세속화 개념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호남이 국민의당을 선택하면 세속화된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주면 신성화라는 식의 논리를 펴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한겨레만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논리를 펴는 소위 진보적 인사들 발언에 대해서도 김욱교수는 왜 호남몰표를 겁박하느냐며 호남세속화의 천박성을 강조하며 그 희생을 발판삼아 자신들의 세속적 당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프로파간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욱 교수는 또 특정 지역민에게 특정 정당에의 몰표를 요구하며, 그 몰표를 주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다고 겁박하는언론이 과연 민주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김욱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현 정치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새누리당 영남패권주의체제 하에서 노무현은 한나라당 해체라는 최대강령을 이미 폐기하고 투항했지만 호남은 새누리당 정당승인을 아직 하지 않고 있으며 친노세력은 마치 새누리당 해체라는 최대 강령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민주()/반민주() 전선을 내세워 세상을 속이면서 호남이 새누리당 정당승인을 아직 하지 않고 있는 정황을 이용해 호남겁박으로 권력만을 추구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영남없는 민주화라는 영남패권주의 투사 이데올로기에 지배당한 채 여권(영남) 결집이 아닌 야권(호남)분열만을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김욱 교수는 호남에서 모든 정당을 경쟁시키는 복수정당체제를 유지하고 독일식비례대표 내각제를 쟁취해 영남패권주의를 극복함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한다고 결론 짓는다.

 

나는 이번에도 <아주 낯선 선택>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독일식비례대표 내각제가 가능할까 생각해봤다. 지역구를 없애고 각 정당 지지율에 따라 국회의원을 뽑게 되면 정당별로 정책 경쟁을 벌이게 돼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텐데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연일 박타령이나 해대고 조폭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정치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개치고, 선거 때만 민주 타령하는 이들이 넘쳐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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