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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야기

조정래선생에게 시대의 책임을 듣다

수희씨 2011. 11. 10. 10:45
대학시절, 참 돈이 없었다. 자취를 하면서 어머니가 적은 돈을 부쳐주시면 그 돈으로 며칠을 쓰고 살았다. 돈이 없으면 책도 빌려서 봐야 하는게 맞는데.....난 그러질 못했다. 당시 용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책을 사고 남은 돈으로 생활비를 썼다. 태백산맥은 그렇게 읽었다. 책을 산 날 그 책을 다 읽어버렸는데, 다음 권을 읽고 싶어도 돈이 없어 또 기다렸다 사야했다.  태백산맥은 대학 때 그렇게 읽었다. 이후 아리랑, 한강, 허수아비의 춤까지 조정래의 소설은 나를 가르쳤다.


 

조정래, 단재 정신을 말하다

조정래 선생님이 지난 8일 청주에서 강연을 했다. 단재인문학 강좌 첫번째 강의로 <민족과 문학 그리고, 단재>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것이다. 근래 들어 강연장에 참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어린 학생부터 지긋한 나이의 어른분들까지 강연장엔 조정래 선생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찼다. 나도 그중의 하나였다. 수많은 세월을 몸이 짓누르도록 글을 써왔던, 시대를 밝혔던 조정래 선생님을 꼭 보고 싶었다. 조정래 선생님은 다음 소설을 위해 중국 여행을 하고 막 돌아온 참이라 몹시 피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못 올 뻔 했는데도 이렇게 왔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카메라를 꺼달라고 주문했다. 농담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라며, 이렇게 카메라가 돌아가면 농담도 할 수 없고, 어딘가에서 맥락없이 내가 한 말이 돌아다니는 꼴은 볼 수 없다고 했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지켜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언권을 침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역시 대가는 달랐다.

조정래 선생님은 역사란 거대한 물줄기 같은 것이라며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5천년의 역사동안 천번의 침략을 받은 나라라면서 식민지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단재 신채호가 목숨을 바쳤던 시대와 지금이 한치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6.25 전쟁 이후 최고의 국란이었던 IMF 시대를 겪었으면서도 우리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고 했다.  IMF를 까맣게 잊어버린 채,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지 않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했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난 100년동안 우리처럼 의식주의 서구화를 이룬 나라는 없다며, 우리의 의식에 스며든 서구화 식민지 정신을 개탄하며 조정래 선생님은 소설가로서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이야기했다. 또 우리에게 이땅에 태어난 운명과 숙명을 말했다. 우리가 곹옹으로 가진 민족이라는 말로 묶일 수 있는 이 숙명을 위해 역사적 책임을 갖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정래 선생님은 지식인과 지성인은 다르다며, 지성인은 진실의 편에서 불의와 싸워 권리를 갖는 자들이라며, 우리가 단재의 뒤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린 잘 살아내고 있는가

핵심적으로 우리의 운명과 숙명을 이야기 한 참 짧은 강연이었다. 나는 이 시대에 맞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다시금 되묻게 했다. 거창하게 다음 세대를 위해서까지는 아닐지라도, (사실 그런 자격도 없을테지만) , 지금 이시대를 살아내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한다.

조정래 선생님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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