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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고 숨쉬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본문

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책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고 숨쉬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수희씨 2010. 7. 13. 05:24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09


한때, 나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미치도록 까지는 아니어도 책이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좋아하는 데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출판아카데미를 다녔다. 하고 싶은 의지만큼 실력이 따라주질 않아 출판기획자의 꿈은 접어야 했다.

책이란 밥과 같은 것

여기 책을 정말 좋아하고, 책에 관한 일을 해야겠다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만든 이가 있다. 그도 책이 그냥 옆에 있으면 좋았단다.  처음엔 책에 대한 철학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제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그는 확고한 책에 대한 철학을 갖게 됐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저자 윤성근 씨가 밝히는 책에 대한 철학은 이런 것이다.

" 책은 보고, 읽고, 느끼는 것, 책은 그것을 만나는 사람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는 무한한 힘을 지닌 생명체"

"책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책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 책은 숨쉬는 생명이고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다. 책은 사람아래 있지 않다. "

"책이란 밥과 같다. 책을 읽지 않으면 영혼이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책이란 밥과 같은 것, 살아있게 해주는 것, 자유로움을 알게 해주는 것, 부끄러움을 알게 해주는 것, 또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잘 읽지 않는 게 책이다. 책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책을 좋아한다면서도 제대로 읽어내는 책이 많질 않다. 욕심만 많아서 서가만 채우고 있다. 읽지 않은 책은 내버려두고 또 다른 새책을 찾아서 덤비기도 한다. 읽었다 해도 독서감상문 하나 제대로 못 남겨 기억을 잃은 채 방황하기도 한다.

책과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 헌책방

이제 사람들은 책방(서점)에서 책을 사기 보다 인터넷으로 더 많은 책을 산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좋아하는 책들만 파는 책방을. 책을 사랑하고 가치를 즐길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 진짜로 좋은 책을 진짜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 솔직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 아이들과 시민들을 위해 작은 공연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어울리고 숨쉬고 노래하는 공간으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공간에서는 정말로 마법 같은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독서모임도 열리고, 음악콘서트도 열리고, 아이들이 놀러와 게임도 하고 즐긴다.  

또 저자는 동네에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처럼,  책방에서는 출판사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베스트 셀러를 손님에게 권하고, 주인과 손님이, 손님과 손님이, 또는 천천히 친구들끼리 와서 천천히 시간 가는 걸 즐기는 그런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과 함께 어울리는 사랑방, 그속에 사람들이 또다른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야기를 읽다보니 도서관 보다는 동네에 작은 책방이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 작은 책방이 있어 차한잔을 마시며  주인장과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 읽은 책이야기, 그들이 읽은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가 밝히는 좋은 책 고르는 법, 그리고 글쓰기

저자는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서는 첫째 미디어를 믿지 말 것, 둘째 실용서적을 너무 읽지 말 것, 셋째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무턱대고 읽지 말라고 권한다. 대신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고전 소설을 읽는 것이 낫다고 충고한다.  재미없더라도 책을 읽는 이유를 생각하면서 읽으라는 것이다.고전을 읽다보면 시대상, 역사관, 세계관 등이 담겨있어 다음 책읽기로 쉽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밝힌 글쓰기 철학에도 공감이 간다. " 글이란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정직하게 쓰는 것,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치를 부여하고 함께 읽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글쓰는 사람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하고 가치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 며 , 자기가 쓴 글처럼 산다는 게 힘든 일이니 글처럼 살고, 사는 것 그대로 정직하게 글로 쓰는 사람은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는 것.  나역시 늘 글을 쓰고,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글처럼 사는 일'인듯 싶다. 늘 글쓰기를 통해 성찰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써놓은 글을 보고 지난 삶을 되돌아봐야 겠다.  

책 읽고 글쓰는 게 밥먹고 숨쉬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철학을 다시 확인시켜준 책 윤성근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

 ▲ 뉴욕여행을 갔을때 책구경을 많이 다녔다. 뉴요커들 책을 정말 좋아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생각나질 않지만, 이곳도 헌책방이었다. 헌책과 레코드 등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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