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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씨 이야기/책읽기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수희씨 2015. 4. 25. 20:41

잔인한’ 4월이다. 이제 싯구가 아니라 사실이다. 봄이 와도 춥기만 하고, 꽃을 보고 맘껏 웃을 수도 없다. 노란색 개나리가 마치 세월호 노란 리본 같아 더 마음이 아파오기도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 4월은 세월호 참사를 빗겨나서 지나갈 수 없다.

일 년이 지났다. 그런데 밝혀진 게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된 듯 하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집회가 예정되었는데 경찰이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둘러싸며 시민들에 통행을 방해하고 캡사이신 물대포를 쏘아대고 유가족을 강제적으로 진압했다. 여기저기 SNS에 올라오는 광화문 소식을 들으면서 이게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인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장에 가지 못한 나는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를 훑어보며 겨우 눈물이나 흘렸다.


 지난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하는 걸 바라보면서 믿기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속속 밝혀진 이야기들은 더 믿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못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정권에 언론장악 효과는 정말 대단했다. 언론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진실은 정말 갖은 노력을 해야지 겨우 찾아볼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실체적 진실에 전부 다가가지 못했지만 나는 지난 일년동안 나름에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게 아니라 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일년이 지나 또 다시 416일이 왔다. 다시 유가족들에 절규를 듣고, 관련 기록들을 찾아 읽는다. 지난 일년동안 세월호와 관련한 책들도 참 많이 나왔다. 여러 책 가운데 내가 읽은 책은 <눈먼자들의 국가><금요일엔 돌아오렴>이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면서는 유가족들에 생생한 증언에 또 다시 충격을 받았다. 간접적인 뉴스로 접하는 실체와 실제를 겪은 이들이 토해내는 이야기에 간극에는 메워질 수 없는 무엇이 있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라서 그런 걸까. 언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현장에서 언론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를 직접 본 이들에 생생한 증언은 차이가 난다는 걸 알았다. 지난 일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체적인 진실을 찾느라 고생을 하고, 유가족들이 어떻게 증언하고 버텨왔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또 다시 절절하게 느꼈다.

세월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묘하게도 세월호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 있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 책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이다. 제목마저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며 전율케한다. 이 책은 지난해 5월에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찾아온 책이다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온 경험을 토대로 여러 작품을 발표했고,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의 책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책은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작품이라는데 나는 프리모 레비의 책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처음 읽었다. 일년이 지나 잔인한 4월에 찾아 읽은 이 책은 잔인한 상황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무엇인지, 그걸 기억해내고 말한다는 게 무엇인지, 사람들 대부분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게 진실이라는 것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는지를, 왜곡없이 철저하게 비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지난해 이 책을 우리에게 소개한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는 한 북콘서트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홀로코스트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세월호 사건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에 대해 과연 증언할 수 있을지, 이런 기억들을 제대로 보존하고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즉 기억과 증언의 문제가 이 책에 나타나는 프리모 레비의 인식과 후쿠시마의 원전, 세월호 문제를 연결시키는 문제의식이라고 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다르지 않아 그대로 옮겼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너무나 끔찍하다고 눈을 질끈 감아버릴 수 없지 않을까. 또 다시 대충 잊어버리고 살다가 다시 4월이 찾아오면 마음 아파하면 그만일까.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걸 가르쳐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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