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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정치학』을 읽고 나를 돌아보다. 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본문

수희씨 이야기/책읽기

『30대 정치학』을 읽고 나를 돌아보다. 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희씨 2012. 11. 23. 10:36

70년대생 90년대 학번

나는 1974년생 93학번이다. 당시 사회는 우리더러 신세대라고 했다. 서태지를 좋아하고, <질투> 같은 트렌디드라마에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나는 내가 신세대라고는 생각하진 않았지만 선배들하고 좀 다른 분위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운동권은 아니었지만 학교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철학에세이, 공산당 선언 등의 사회과학 서적을 아주 조금 그래도 읽었다. 학교 신문사 책장에 있던 실천문학 소설들도 꽤 읽었다. 딱딱한 철학 서적은 읽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을 더 쉽게 생각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학교신문을 만들면서 세상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학내문제도 그렇고, 불합리한 사회 구조도 못마땅했다. 내가 기사를 써서 학교가, 세상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자부심이 있었다.

 IMF여파로 직장을 잃다

 아마 학교 신문사 기자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노느라 정신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동기들도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취업에 대한 걱정 따윈 없었다. 선배들이 다 좋은 곳에 취업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한 작은 잡지사에 들어갔다.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몇 개월 밖에 다니질 못했다. 그러다 좀 규모가 있는 잡지사에 들어갔다. 일은 재밌었지만, 서울살이가 녹록치 않았다. 바퀴벌레가 많았던 반지하방은 고달팠다. 일년 여 근무했을까. 구조조정 얘기가 들려왔다. 능력을 인정받아 수습 3개월을 다 채우지 않고도 정식 급여를 받으며 일했는데, 나는 잘렸다. 1998IMF여파가 내게도 찾아 온 것이다

난 서울에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당장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생활비기 넉넉지 않았다. 매달 내는 월세만 아니었어도 조금 더 버텨볼 수 있었겠지만, 결국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돈이 없었다.

돈도 없고, 결혼도 생각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 생활을 조금 하다가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해 일을 시작했다. 형편없는 급여가 불만이었지만, 고된 노동도 아니었고 부모님께 의지하며 살았기에 그럭저럭 그 일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집은 넉넉지 못했다. 스물대여섯 한창인 시기, 당시 난 아예 결혼을 꿈꾸지도 않았다. 돈도 없었고, 연애도 못했다. 게다가 재산 보다는 빚이 많은 집안 형편 때문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꿈은 있었다. 한창 책을 읽으며 책을 만들고 싶어 출판아카데미를 다니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다. 그러나 난 나이는 많은데 경력은 없는 그저 꿈만 꾸는 취업 지망생이었다. 취업을 한다 해도 돈도 없는데 다시 서울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많았다. 한두 군데 면접은 봤지만 연락은 못 받았다.

나는 정치적으로 진보인가? 아니면?

이런 내 현실이 오로지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쉽진 않았다.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비교하며 나를 탓하기 바빴다. 사회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치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질 못했다.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없었다.

나는 2002년 대선 투표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찍었다. 그 이후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내세운 민주노동당 정책을 지지해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었다. 제대로 정당에 당비를 내고 그러면 정치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가 아니라 권영길 후보가 결정되는 걸 보고 나서 탈당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았으나 진보 정당이라면서도 구태를 보인다고 생각했다. 진보신당이나 사회당에서 하는 이야기들에도 공감할 때도 있긴 하지만 당원 가입할 생각은 없다.

 새누리당은 구리고 민주당은 짜증만

나는 정치적으로 진보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새누리당은 수구꼴통들이고 민주통합당은 능력도 없으면서 민주니, 진보니 하면서 시민들을 괴롭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때마다 죽을 맛이다. 새누리당은 절대 찍을 수 없고, 민주당을 찍자니 짜증이 난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싫다. 노빠는 더 싫다. 노무현이 괜찮은 정치인이라 생각하고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게 안타깝지만, 평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따져 반박할 능력은 없지만 내 정치적 정서는 이렇다.

이제 나는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싶은 정당도, 사람도 없다. 그게 참 속 터진다. 정치는 필요한데 현실정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방법은 도대체 있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30대 정치학을 읽고 나서

내가 이렇게 내 이야길 길게 한 이유는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쓴 30대 정치학때문이다. 2040세대 그 가운데에서도 30대에 주목한 이 책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을지 너무나 궁금했다. 나와 같은 또래인 그들은 어떻게 해석되었을까. 신자유주의 시대를 제일 먼저 맞아 양극화를 체험한 세대, 이른바 카드, 취업, 벤처 대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 사회에 가장 불만이 많은 세대 30. 30대 정치학에서 설명하고 있는 그들의 궤적과 내 삶의 궤적도 그런대로 들어맞는다.

김종배는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 30대가 정치적으로 가장 진보적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386세대에 비해서 자신의 경제적 처지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정치적 불신으로 귀결되었고, 불공정한 구조에 대한 불만이 높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높은 세대라서 이를 바꾸기 위해선 정치가 필요하다고 가장 강력하게 느끼기 때문이란다. 또 정치참여를 놀이처럼 여기며 스스로 판을 짜서 참여하려고 하는 특성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고유한 특성을 맘껏 발산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만 조성되면 더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30대는 사회적 소통을 하면서 진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려고 하는 특성을 보이며, 그 어느 세대보다 SNS를 활발하게 활용한단다. 30대에게 나타나는 진보적 특성은 의식보다는 정서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나 생활이나 문화 활동에서나 진보성이 다양하게 발현되고 있는가보다. 김종배는 30대를 정치를 리모델링하고, 자신을 리모델링하는 리모델링 세대로 부르며 재정립된 존재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계급의식과 역사의식을 키워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나

30대 정치학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읽고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다가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지난 시간을 간략하게 써 본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책에서 정리한 설명에 빗대어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쓰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 정치정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나는 지금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더 나은 세상은 정말 가능한 것인지,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수많은 생각들을 붙잡고 있다.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30대 정치학은 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설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흥미로운 작업이다. 앞으로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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